[평창의 발견] '결과보다 과정' 반대에서 출발 박수로 끝난 단일팀
상태바
[평창의 발견] '결과보다 과정' 반대에서 출발 박수로 끝난 단일팀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8.02.21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단일팀의 남북 선수들이 얼싸안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지난 20일 밤 평창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계주 경기가 끝난 뒤 실격 당한 중국팀은 "한국팀이었다면 실격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공정한 판정이라고 반발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경기 직후 심판 판정을 전후해 우리 네티즌들에게서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중국과 캐나다가 실격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속시원하게 부탁드린다. 금메달을 따서 너무 좋은데 옆에 친구들이 찝찝하다고 한다"는 글을 올렸고,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이후에도 계속 올라왔다. 이들은 국적을 떠나 경쟁의 공정성을 더 중시한 것이다. 맹목적인 애국심에 매몰돼 결과에 집착하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비추는 거울이 됐다. 과도한 경쟁사회에 내몰린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의 공정성에 주목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대회 시작을 앞두고 거세게 일었던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은 그 시작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인식에 바탕을 두고 '당연히 국민이 동의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남북 단일팀을 추진했지만, 당사자인 선수들의 희생을 감안하지 않은 일방적인 '국가의 갑질'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비판 여론은 정권의 지지율을 끌어내릴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단일팀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아이스하키 종목이 메달 유력 종목이 아니라 괜찮다고 표현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아이스하키팀은 메달권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뒤 이후에 사과했다. 비로소 정부도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올림픽이 진행되자 불공정한 성과를 외면하는 반면, 비록 작은 성과라도 정당한 노력에 열광하는 민심은 더욱 뚜렷해졌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올림픽 3연패를 노렸던 이상화는 비록 목표 달성은 못했지만 국민들이 그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최선을 다해 역주한 그의 모습에 누리꾼들은 평창올림픽 최고의 장면이라고 꼽았다. 또 5전 전패를 기록한 여자 단일팀은 마지막 경기에서 선수들의 땀과 열정에 감동한 6000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머리 감독은 다음날 "(오늘) 점심으로 바비큐를 먹으며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경험을 공유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