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괴물' 최민정이 다시 일어섰다.
지난 17일 밤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ｍ 결승에서 최민정은 2분24초948의 기록으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땄다.
이날 경기는 최민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승부였다. 최민정은 13바퀴 반을 도는 경기에서 3위로 시작, 초반 3바퀴에서 1위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이내 다른 선수에게 선두를 내줬다. 이후 5바퀴째부터 줄곧 4위로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11바퀴 통과 직후 최민정은 아웃코스로 가속하면서 선두그룹을 단숨에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뒤 남은 두 바퀴 반을 그대로 내달리는 압도적인 질주를 펼쳤다.
이로써 지난 500ｍ 결선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경쟁 선수를 밀었다는 판정을 받아 실격된 아픔을 딛고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 것.
최민정은 자신의 금메달을 축하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에 답하면서 "500m에서 아쉬움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던 건 국민들의 믿음과 응원 덕분이었다. 혼자서라면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며 "한국인의 강한 정신력이 제 스케이팅에 녹아드는 것이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생각한다. 그에 걸맞는 선수가 될 수 있게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성원에 힘 입어서, 국민들과 함께 가던 길 마저 가겠다"고 했다. 앞서 최민정은 500m 실격 이후 "가던 길 마저 가자"며 재도전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1500m 승리로 스스로의 말을 지킨 셈이다.
최민정은 비록 전 종목 석권은 실패했지만 1500m 경기에서 제 실력을 보이면서 2006년 토리노 대회 진선유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3관왕 탄생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팀의 메달 도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최민정은 오는 20일 여자 3000m 계주 결승과 1000m 예선에 출전한다. 여자 계주는 지난 10일 예선에서 넘어졌지만 올림픽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다. 당시에도 최민정은 넘어진 주자의 바통을 곧바로 넘겨받아 침착하게 대응했다. 최민정이 자신감을 되찾은 이상 큰 변수가 없다면 금메달이 점쳐진다.
한편 우리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17일 밤 남자 1000ｍ 결승에서 서이라와 임효준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던 사오린 샨도르 류(헝가리)와 연쇄 충돌로 아쉽게 금메달을 따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서이라는 넘어진 뒤 바로 일어나 다시 달려 동메달을 따내는 투혼을 보이며 팀의 사기 저하를 막아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0일 500m 예선을 진행한 뒤 22일 500m 결선과 5000m 경기를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