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차 예비군 저격수 양성” 황당…1년에 4시간 총쏘는 저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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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차 예비군 저격수 양성” 황당…1년에 4시간 총쏘는 저격수?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1.02.24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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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스타크래프트와 달라” 일갈했던 김태영의 추억…실제상황-게임 구별못하는 軍

[매일일보] 지난 23일 본지가 단독 보도한 “올해부터 5~6년차 예비군도 ‘동원훈련’”기사와 관련해 국방부가 이튿날인 24일 해명성 보도자료를 냈다.

소리 소문 없이 몰래 추진되던 예비군 동원훈련 기간 연장을 언론보도 후에서야 시인한 것도 문제지만 후속 보도자료는 황당무개한 내용이 다수 담겨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올해부터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 수급자’는 예비군훈련을 면제하는 내용과 예비군 저격수 양성을 골자로 한 예비군 훈련 변경내용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전투형 예비군을 육성을 목표로 실질적인 훈련을 하되 예비군의 불편을 덜어주는 점을 올해 예비군 훈련의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변경된 핵심 내용은 기초생활 수급자의 예비군 훈련 면제와 예비군 저격수 양성, 동원훈련의 입소시간을 종전의 08시에서 09시로 1시간 연장 등이다.

우선 정부는 생계보장 차원 에서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는 예비군훈련을 면제하기로 했다. ‘기초생활 수급자’는 거주지 지자체장이 발행하는 확인서를 관할 예비군중대에 제출하면 훈련을 면제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원래 일정조건을 충족할 경우 병역면제 대상이기 때문에 예비군 소집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변경에 따라 병역면제를 받지 않은 기초생활 수급자 약 4천여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국방부는 예상했다.

1년에 4시간 총쏘는 저격수?

문제는 저격수 양성에 대한 부분. 국방부는 “북한의 특수전부대와 시가지 전투에 대비한 예비군부대 저격수 양성 훈련을 하기로 했다”며 “향방 및 타격소대별로 1명씩을 선발해 훈련기간 동안 4시간을 사격연습에 투입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예비군 저격수는 확대경이 장착된 M16A1 소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며 군은 3만여명의 저격수를 지속적으로 양성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황당한 부분은 이번 ‘예비군 저격수’ 양성 대상이 기존 동원훈련 대상이던 1~4년차 예비군은 저격수 양성 대상에서 제외되고 전역한지 한참 지난 5~6년차를 대상으로만 보직 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의문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5~6년차 향방예비군 자원 중 2명을 차출해 저격수 훈련을 시행하기로 했으며 이들은 다른 예비군 자원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사격 훈련을 통해 사격술을 증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방 예비군 자원 중 자격수로 선출할 인원을 뽑을 요건을 마련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인 선출기준은 마련하지는 않았으며 훈련 중대별로 중대장 등 현장 지휘관이 저격수 요원을 선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저격수’라는 보직이 1년에 몇 번 총 쏘고 잠시 소집되었다가 다시 해산되는 예비군에 저격병을 양성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먼 거리에서 적 저격을 주로 하는 저격수는 자신에게 지급된 개인화기(소총)의 특성에 대해 매우 익숙해져 있어야 하지만, 예비군의 경우 창고에 저장되어있던 총을 지급받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인화기’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더욱이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소집되는 예비군의 특성상, 소집된 예비군이 저격병으로 보직되었을 경우 며칠 사이에 자신의 총기에 익숙해지고 저격수 임무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컴퓨터게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은 전격 경질 전날인 지난해 11월24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대응사격이 늦어졌다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실제 상황은 컴퓨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와는 다르다”고 일갈해 군경험 보유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로부터 불과 3개월 만인 2월24일 국방부가 게임에서나 가능할 일을 실제로 하겠다고 덤벼든 셈이니 리더 한 사람이 바뀌었을 때 조직이 어떻게 망가지는 지를 보여주는 역사의 아이러니란 이런 것인가하는 씁쓸함이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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