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자자 보호 원칙 외면한 은행 묵과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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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자자 보호 원칙 외면한 은행 묵과해선 안 돼
  • 매일일보
  • 승인 2016.07.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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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은행들이 지난 3월 14일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 모집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도외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이 ISA 출시 초기에 고객의 투자성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가입자들을 받는 데만 급급했다. 이는 은행들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고객 유치에만 신경을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들의 도덕성과 신뢰에 커다란 흠집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주요 은행 대부분에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유치한 ISA 고객 18만7606명 가운데 무려 65%인 12만1939명에 대한 투자성향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고객 10명 중 6명 이상에 대해 투자성향을 분석하지 않은 것이다. KEB하나은행도 42만8594명 가입자 중 31.8%인 13만6161명의 투자성향을 분석하지 않았다. 이 밖에 국민은행 5.1%, 기업은행 4.5%, 우리은행 3.4%, 신한은행 2.0% 순이었다. 고객의 재산 보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수익성 확보에만 주력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부가 ISA를 도입한 것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맞아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자의 재산 형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 상품은 통장 하나만으로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의 다양한 투자상품을 담아 운용·관리할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도 불린다.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한 순이익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도 이 상품의 장점이다.

그러나 모든 투자가 그렇듯 ISA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ISA는 운용 지시를 가입자가 직접 하는 신탁형과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길 수 있는 일임형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투자에 따른 위험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ISA 도입 당시부터 가입자를 모집할 때 투자에 따른 위험에 대한 충분히 설명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ISA는 도입 초기부터 불완전판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불완전판매란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과 투자위험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러한 불완전판매가 ISA에도 광범위하게 이뤄진 사실이 이번에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은 도입 초기 고객들이 대거 몰린 데다가 정기예금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원금 보장 상품 가입 비율이 높아 고객들 스스로 투자성향 분석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고위험 상품이 담길 수 있는 만큼 ISA 가입자를 유치할 때 투자성향 분석을 제대로 하는 것은 원칙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고객은 투자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은행들도 잘 알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묵과하면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투자자 보호 원칙이 무너지면 금융의 존재 기반이 흔들린다는 점을 금융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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