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 잘못이 37억 달러짜리 AIIB 부총재 자리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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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 잘못이 37억 달러짜리 AIIB 부총재 자리 날렸다
  • 매일일보
  • 승인 2016.07.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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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결국 어렵게 따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가 날아가 버렸다. AIIB는 홍기택 리스크 담당 부총재(CRO) 보직을 국장급으로 강등하는 대신 새 부총재직을 신설했다. 이로써 현재 휴직 중인 홍 부총재의 사임은 사실상 확정됐다.

한국인이 홍 부총재 후임에 선임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계획 또한 무산됐다. 국제적으로 전례가 없는 이 같은 사태는 일차적으론 개인적 돌발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홍 부총재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를 사전에 관리·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않은 정부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홍 부총재는 산업은행 회장 재직 시 대우조선의 대규모 분식회계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로 책임론이 불거지자 AIIB에 6개월간 휴직계를 냈다. 이 같은 사실이 국내에 알려진 것도 진리췬 총재가 지난달 AIIB 연차 총회에 참석한 유일호 부총리에게 말해줬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홍 부총재 선임 당시 정부는 한국이 국제금융기구 부총재를 수임한 것은 2003년까지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부총재를 맡았던 이후 13년 만의 일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이 큰 힘이 됐다는 점을 강조까지 했다. 그렇게 해 선택된 인물이 이 정도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이 주도한 AIIB에 가입했다. AIIB에 낸 돈이 37억달러가 넘고 매년 분담금을 나눠 내고 있다. 지분율 또한 3.5%로 중국(26.06%), 인도(7.51%), 러시아(5.93%), 독일(4.15%)에 이어 5번째로 높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없었다면 홍 부총재는 국제금융기구 부총재라는 고위직에 오를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금융권에서 우리 위상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는 기대는 홍 부총재의 돌출행동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한국인의 후임 부총재 선임도 당분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홍 부총재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었을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이를 배경으로 산업은행 회장에 발탁됐고, 또한 AIIB 부총재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정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에 대한 관리조차 제대로 못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 전말과 함께 이러한 인물을 발탁한 책임 소재까지도 소상히 밝힐 의무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유사한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소를 잃고서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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