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영 칼럼> “장가 안 간 총각 때와 결혼한 가장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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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영 칼럼> “장가 안 간 총각 때와 결혼한 가장은 달라야 한다”
  • 나정영 발행인 겸 사장
  • 승인 2010.05.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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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쿠바의 카스트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와 함께 좌파정권 남미 4인방을 이끌고 있는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

급기야 지난 10일에는 세계식량계획(WFP)이 수여하는 ‘기아 퇴치 세계 챔피언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조제트 시란 WFP 사무총장은 룰라 대통령이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희망을 주었다. 세계의 기아와 아동 영양부족 문제 해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이 상을 수여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조제트 시란 사무총장은 “브라질 정부가 2003년부터 추진한 빈곤층 식량공급 프로그램 ‘포미 제루(Fome Zero·기아 제로)’와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는 ‘없는 사람들도 잘 살 수 있다’는 청사진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룰라는 12남매 중 4형제가 가난과 배고픔을 못 이겨 세상을 뜨는 것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전형적인 브라질 극빈자들의 모습이다.

인간적인 삶을 찾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파울루로 이주하여 거리의 행상, 구두닦이에서 수도선반공으로, 그리고 노조활동 7년 만에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어려운 삶을 이어갔다.

22세에 결혼을 했으나 임신한 부인이 출산 중 사망, 아이와 아내를 동시에 잃어버리는 큰 불행을 겪기도 했다. 이어 세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인물이 바로 브라질 대통령 룰라이다.

당시 선관위로부터 대통령 당선증을 받아 든 룰라는 “생애 처음 받아보는 상장이 대통령 당선증”이라며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후 룰라는 자신이 경험했던 철저한 가난과 배고픔, 극도의 사회적 불평등을 마음속에 뭍어두고 자신만의 신념과 추진력을 가지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브라질 국민의 희망이 되었다.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기득권층은 룰라에게 거부감을 나타냈다. 룰라가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점과 과격한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외국투자가들이 브라질 시장을 기피하게 되어 결국 경제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실제로 증시가 폭락하고 화폐가치는 곤두박질하는 등 시장이 요동 쳤다. 그러나 당선된 후 룰라는 더 이상 급진파가 아니었다. 정부 요직에 시장주위자를 기용하고 노동자의 복지를 줄이는 등 성장우선 정책으로 경제를 되살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근 한 컬럼에서 “룰라가 제3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듯이 진보성향이면서도 보수적인 정책을 과감히 수용하는 등 실용으로 무장한 중도노선을 강화한 것이다.

특히 룰라는 노동과 자본의 연합으로 브라질 국민에게 접근했다. 또한 인플레이션과 환율을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택했다.

이외에도 정부지출을 과감하게 줄이는 등 긴축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현실주의자로 변신했다. 시장 친화정책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경제는 안정되었고 대통령 취임 전에 우려했던 룰라쇼크가 당선 후 룰라 효과로 바뀌었다. 좌파 우파를 넘어 역동성 있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성공한 모습에 세계 여러나라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있다.

최근에 한발 더 나아가 룰라는 브라질 재계의 요구대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감세 조치를 단행했다. 서명식에서 룰라는 “장가 안 간 총각 때와 결혼한 가장은 달라야 한다” 명언을 남겼다.

국민은 정부의 정책의 결과를 먹고 산다. 보수와 진보의 가치는 선악의 개념이 아니다. 국가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되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당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도 편견과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시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통합적이고 합리적인 실용주의 정책이 자리 잡아야 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우리 국민들도 진보나 보수의 굴레에서 벗어나 실용주의를 택해 우리경제를 살려야 할 때이다. 역사의 미래는 포기하지 않고 깨어 있는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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