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별난 사육사.마술사의 ‘동물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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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별난 사육사.마술사의 ‘동물사랑이야기’
  • 홍세기 기자
  • 승인 2005.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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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 축제에 초대받아 마술계의 한류열풍(?) 불러일으켜

360여종 3천400여마리의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국내 최대의 서울대공원에서는 국화향기와 함께 어우러진 형형색색의 고운단풍 빛깔 속에 화려한‘동물나라 그림잔캄행사가 펼쳐지며 이 가운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와 5시가 되면 동물원 수변무대에서는 뜻하지 않는 마술공연이 펼쳐진다.

수많은 관람객들 앞에서 마술사아저씨가 텅빈 모자에 손을 넣어 갑자기 무시무시한 뱀을 꺼내 관람객 사이로 던지자 모든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놀란다. 그러나 뱀이라면 징그럽다는 혐오감에 좀처럼 눈도 맞추지 않는다는 관람객들도 이내 얼굴을 활짝 펴고 신나게 박수를 친다.

무료하던 한낮의 동물원을 판타지로 수놓은 이 아저씨는 실은 마술사가 아닌 이곳 동물원에서 뱀을 사육관리 하고 있는 뱀사육사 ‘이상림’(41)씨다.

그 옆에 그를 보조하며 현란한 손동작으로 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가 있으니 그는 바로 이상림 사육사의 스승이자 서울대공원 자원봉사자로 관람객들에게 동물사랑의 마음을 전해주고 있는 ‘허성효’(24)씨다. 이들은 ‘듀엣마술사「동물사랑」’을 결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 말더듬이 고치고 싶어 마술사의 길 택해

허씨는 사실 프로마술사다. 평상시 심하게 말을 더듬는 그는 대인기피증으로 고민해 오던 중 2002년 군복무중(해병대)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고 남들 앞에 서고 싶다는 생각에 우연한 기회에 마술서적을 구입해 마술공부를 시작하면서 마술의 마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어린시절 명절 때 방영된 TV의 마술특집을 녹화 해 두고 볼 정도의 ‘마술매니아’였던 그는 마술사란 불안정한 직업이라고 여기던 그의 부모가 반대하고 나섰지만 군 전역 후 마술학원을 다니는 등 더욱 더 열정적인 ‘광’으로 활동해 오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그는 대학에서 중국어학을 전공하던 중 대학 내 마술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면서 부산 밀레오레 축하공연, 중국 산동성 청도시의 축제에 초대받아 마술계의 한류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올바른 관람문화와 동물사랑의 전도사 역할 다짐

이후 허마술사는 지난 6월 서울대공원 장미축제에서 이상림사육사의 마술지도를 펼치면서 이상림사육사의 동물사랑에 대한 열정에 매료를 느끼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들이 동물들에게 함부로 먹이를 던져 준다거나 해(害)를 가하는 심각성이 언론에 보도되고 이에 대한 야생동물 보호와 관람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서울대공원 동물사랑 자원봉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허성효 마술사와 이상림 사육사는 이제 ‘듀엣마술사「동물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서울대공원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동물사랑에 대한 관람문화를 일깨워 주는 전도사 역할을 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허마술사는 “어린이 앞에서 마술을 공연하려면 이틀 밤을 꼬박 새워 레퍼토리를 짜야 하고 공연할 때도 보통 때 보다 2배 이상 긴장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동물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제야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았다”고 동물사랑 전문마술사로서의 길을 걸어가겠노라고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듀엣마술사「동물사랑」’을 결성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우리는 마술적 상상력이 때론 큰 일을 이뤄내는데 정말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단 한명이라도 내 마술을 보고 올바른 관람문화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한 기쁨이 어디 있겠어요”

▶ 마술쇼가 끝난 뒤 이상림 사육사는 어김없이 관람객들과 버마왕뱀의 사진찍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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