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원성 귀 막은 ‘SK텔레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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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원성 귀 막은 ‘SK텔레텍’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10.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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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70만원짜리 고가폰, 수비리 21만원?

<소비자 “SK핸드폰은 ‘뽑기폰’으로 유명”>
<SK텔레텍, 리콜요청 거절 고객과실 주장>

핸드폰을 쓰는 사람 사이에 SK텔레텍 스카이 핸드폰은 유명하다.

이유인즉 ‘가격대비 성능최악의 핸드폰, 살짝만 떨어뜨려도 수리비20만원 물어야 하는 핸드폰’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네티즌들 사이에 스카이 핸드폰은 일명 ‘뽑기폰’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스카이 휴대폰을 살 때 뽑기를 하듯이 잘 골라야지 잘못하면 고가의 구입비를 내고 불량폰을 고르게 된다는 얘기다.

시민단체에는 스카이 핸드폰을 사용하다 갑작스런 고장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지난해부터 급속히 증가해 지금도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에는 ‘스안사모(스카이 안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라는 카페가 개설돼 약 2천300여 명의 회원들이 SK텔레텍 측에 핸드폰 불량과 관련한 조직적 대응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 역시 동일한 원인으로 인한 고장에 대해 회사 측에 리콜을 요청했지만 SK텔레텍 측은 리콜 요청을 무시한 채 고객과실만 주장하는 등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스카이 핸드폰 불량 건에 관한 접수는 후속모델로도 확대되고 있어 논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스카이 핸드폰 중 뽑기폰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고장이 잦은 기종은 IM-7000계열과 위성 DMB폰으로 알려진 IMB-1000 모델이다. 이전 모델인 IM-6400과 좀더 최신 모델인 IM-8000계열 역시 계속해서 불량 민원이 들어오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SK텔레텍은 현재 팬택과 합병된 상태지만, 소비자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모델들은 SK텔레콤의 자회사 일 때 생산되던 모델들이다.

▲ IM-7200
경기도 오산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 2004년 12월경 스카이 IM-7400 핸드폰을 구입해 10개월 정도 사용했다.

그런데 최근 갑작스럽게 핸드폰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고 로딩이 계속됐다. 수리센터에 갔더니 메인보드에 문제가 생겨 보드를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확한 원인을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변 없이 그냥 외부 압력 때문이라고만 답했다.

수리센터에서는 수리비 20만원을 내라고 했고, 김모시는 “산지 1년도 안된 핸드폰을 유상수리하는 게 어디있냐” 고 따졌지만 결국 수비리를 물어야 했다.

인천에 사는 이모씨는 스카이 IM-7200 모델을 작년 8월에 구입했다. 1년이 조금 넘으니 역시 전원이 꺼지고, 켜지는 현상이 반복됐고, 화면이 자주 멈추는 현상이 발생했다. 수리센터에 가서 문의해 보니 메인보드에 손상이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리센터에서는 수리비 20만원을 내고 고치던가, 그냥 하나 새로 사라고 권유했다. 이모씨는 “이제 겨우 할부금 납부가 끝났는데, 이유도 없는 고장으로 비싼 수리비를 물게 생겼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민원이 말해 주 듯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 보호원, YMCA 등 시민단체에는 스카이 핸드폰 불량 건에 대한 사례가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다.

대부분이 소비자들이 메인보드 손상으로 인한 수리를 요구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수리를 한 뒤에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돼 다시 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게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한 소비자는 “스카이 핸드폰 수리 때문에 온 신경을 쓰다 지쳐서, 결국 핸드폰을 버렸다”고 까지 한다.

서비스센터의 한 관계자 역시 전원 켜짐, 꺼짐 반복과, 화면 멈춤 등의 원인으로 메인보드 교체를 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을 인정했다.

같은 고장으로 서비스를 맡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빌려 줄 임대폰 마저 없는 상황이다.

동일한 고장원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수리를 맡기고 있다는 사실에 YMCA 측에서는 리콜을 요청했지만 SK텔레텍은 이를 무시했다.

▲ IM-7400
YMCA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 스카이 핸드폰은 불량폰으로 유명하다” 면서 “한 두건이 아니라 수백 건이 넘는 민원이 동일 원인으로 접수되고 있는데도 SK텔레텍 측에서는 기계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모두 고객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SK텔레텍 측은 스카이 핸드폰을 쓰는 사람 중에 10대와 20대가 가장 많다는 점을 이용해, 많은 수리비를 물고 고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SK텔레텍이 팬택에 흡수되면서 이런 고질적 악행이 사라지길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는 없다” 고 덧붙였다.

수리비 무상 VS 유상 논란 증폭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리과정에서 무상이냐, 유상이냐를 놓고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지기 때문이다.

현재 수리센터에서는 구입 후 1년까지 무상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안됐다 하더라도 고객의 과실로 인한 고장은 수리비를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구입기간이 똑같이 1년이 넘지 않았고, 자신의 실수로 특별한 충격을 가한 일도 없는데 어떤 사람은 수리비 20만원을 물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무상으로 수리를 받았음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카페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구입기간 1년이 지난 사람도 수리센터에 강력하게(?) 항의를 하면 어찌어찌해서 무상으로 처리해주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떠돌면서 소비자의 원성은 더욱 높아졌다.

한마디로 이는 배상에 관한 기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다. 이러니 소비자 사이에서는 수리센터나 본사를 찾아가 한바탕 뒤집어 놓거나, 일부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고객에 한해 무상수리를 해준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 위성 DMB폰 IMB-1000
게다가 심한 경우에는 수리센터 지점마다 수리비를 다르게 받는 경우도 있다.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에 이르기까지 가격이 다르다.

한 A/S 기사는 제품 결함임을 알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1년이 지난 제품에 대해 무상수리를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SK텔레콤 측에 이와 같은 사실을 문의한 결과 “SK텔레텍은 팬택에 합병되기 이전부터 이미 독립된 사업체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문제에 관해 답변할 것이 없다” 고 말했다.

SK텔레텍 서비스센터 역시 “메인보드 교체 건으로 인한 민원이 어느 정도 들어오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는 설명만 했다.

SK텔레텍 본사와 연락할 방법이 없느냐고 묻자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자신들도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다” 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했다.

이어 SK텔레텍을 인수한 팬택 측과도 접촉을 시도해봤지만 역시나 답변해 줄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이처럼 SK텔레콤과 SK텔레텍이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는 사이 소비자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보상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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