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담보 도심질주'하는 퀵서비스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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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담보 도심질주'하는 퀵서비스맨의 눈물
  • 김경식 기자
  • 승인 2005.10.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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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상 90%가 사고경험, 사회적 안전장치 전무

<노동자 권리 보장 받지 못한 채‘노동계 이단아’전락>

목숨 내놓다시피 하며 거리를 활보하는 퀵서비스가 바삐 움직이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운송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로도, 사업자로도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퀵서비스에 대한 조사와 언론보도 등에 의하면, 현재 서울시에 있는 퀵서비스 매출액은 7천억원, 업체수는 1천여개, 종사자는 1만 5천여명으로 추정되지만 관련법규나 제도적 정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업체의 난립과 과당경쟁의 심화로 현업의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점점 더 열악한 근무환경과 교통사고의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자체, 해당 업체 및 관련 종사자가 동참한 가운데 현재의 구조적 모순과 불합리한 관행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하루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퀵서비스업은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매김한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본 조사에 의하면 종사자들은 고용불안, 업무상 사고, 건강위협 등 그 위험성이 매우 심각하며, 사회적으로도 전혀 무방비상태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퀵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사회보험 등 최소한의 법적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시민행동의 설명이다.

아울러 노동의 유연화로 전통적인 고용관계가 아닌 특수 형태의 근로관계가 다양화되고 만큼 정부는 4대 특수고용노동자 이외에 다양화된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정확한 실태파악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행동이 지난 7월부터 두 달여간 수차례에 걸쳐 60여명의 퀵서비스 기사들을 만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에도 기댈 수 없는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퀵서비스 기사들의 근무 환경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행동은 “비교적 새로운 업종이라 법으로 규정된 바 없어 보호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면 산재보험, 고용보험은커녕 중계업체와의 계약 과정조차 일방적이고 불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등 근무 환경이 열악했다”고 밝혔다.

퀵서비스 기사들에 따르면 과거의 전통적인 고용관계에서 벗어나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현행법상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퀵서비스 기사는 회사에 일정액의 알선료(수수료, 회비)를 납부한 후, 회사로부터 배송업무를 소개 받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요금을 수입으로 하는, 일종의 지입관계의 특수고용 노동자이다.

회사는 자체 운송수단인 오토바이나 기사를 보유하지 않은 채, 알선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알선료는 주로 선불이며, 일정단위(주로 주/월)로 정해진 금액을 받고 중간에 일을 그만두더라도 반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배송책임은 기사가 부담하며, 배송에 따르는 유류비와 쿠폰비, 통신비 등의 비용도 기사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었다.

현행 퀵서비스 업종의 문제점

서울시에서 영업중인 퀵서비스 규모가 7천억원(업종 규모와 퀵서비스 업체수, 그리고 기사 수에 대한 일치된 통계자료는 확인하기 어려움)에 이르고 업종이 생겨난 지 15년 이상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법적 규제나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영세한 규모의 업체가 난립해 과당경쟁과 요금단가하락을 불러오고 있으며, 결국 업체의 채산성 악화와 기사의 수입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퀵서비스 기사의 근로여건

목숨을 내놓고 하는 직업= 퀵서비스 기사들은 온몸이 노출된 채, 위험한 도로를 운행하고 있으며, 항상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안전장치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설문조사에서도 답변자 모두가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설문대상자 중 90%가 사고경험),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은 전무하였으며, 1명만이 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였음) 소위 목숨을 내놓고 하는 직업임에도, 사회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업종임에도, 퀵서비스 기사는 상존하는 안전사고위험으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재보험 적용에서도 배제되어 있으며, 보험회사의 보험도 자차?자손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기사의 잘못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경우, 대다수가 가정에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한다.

불안정한 일자리= 퀵서비스 기사는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 아니다. 본인 소유의 오토바이로 회사로부터 배송물량을 소개받아 일을 완료한 후, 고객으로부터 받는 운송료로 수입을 얻는, 이른바 지입차주이다.

(86.7%가 본인 소유 오토바이) 일반적으로 계약기간이 정하여 지거나 명시적인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아니어서 언제라도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일정한 사유를 들어 회사가 그만두게 하여도 퀵서비스 기사는 이에 대해 대항할 수단이 없으며, 설문조사에서도 근로자로 인정되면 좋은 점으로 '고용안정'을 두 번째로 꼽기도 했다.

위협받는 건강= 극심한 자동차 배기가스에 노출되어 일하는 퀵서비스 기사의 경우,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대전환경운동연합 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에 의하면, 퀵서비스 기사는 이산화질소 인체노출 정도가 가장 심한 직업으로 나타났으며, KBS 추적 60분에서는 도심 공해 노출로 인해 퀵서비스 기사의 정자 활동성이 현저히 저하되고 형태도 기형적인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안전장치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매연에 노출되는 퀵서비스 기사는 기관지나 폐질환 등 각종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다.

모든 비용의 전가= 기사는 퀵서비스 업무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통상적으로 퀵서비스 기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오토바이 유류비와 관리비(설문응답자 100%가 기사 부담), 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유니폼 구입비(63.3%), 무선장비 구입.유지비(63.3%) 등이며, 심지어 거래업체 관리를 위한 사은권과 요금할인비용(일명 쿠폰비는 56.7%), 그리고 운송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까지 기사가 부담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퀵서비스 기사가 하루 10만원의 매출을 올리더라도 유류비와 점심값, 쿠폰비와 통신료, 그리고 회사에 내는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손에 넣는 돈은 고작 5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불평등한 관계= 퀵서비스 회사는 배송알선만을 담당하며 배송 업무와 책임은 기사가 부담한다.(설문응답자 100%가 기사 부담) 즉 배송 일처리와 책임 모두를 기사가 지며 회사는 이와 무관하다.

또한 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배송물량에 상관없이 책정되며, 수수료의 결정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중간에 일을 그만두면, 선불로 지불했던 수수료는 반환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불합리한 관행이나 부당한 지시에 항의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항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작성하는 근로서약서(지입약정서)에서도 나타난다. 물품파손이나 분실, 운송지체로 인한 책임을 기사가 부담하며, 일정기간에 따라 납부하는 알선료도 일방적으로 액수만 정해져 있을 뿐, 퀵서비스 회사는 기사에 대하여 배송물량 확보에 관한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불평등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결근시 벌금과 퇴사 등의 벌칙조항을 두고 있었으며, 심지어 서약서상에 '약정사항을 어길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은 기사가 진다'는 부당한 조항도 있다.

이에 대해 시민행동은 “이처럼 퀵서비스 기사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사고의 위험에도 제로 보호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 우리사회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때”라고 촉구했다.

이어 시민행동은 “업종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업종이라면 최소한도의 보호장치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면서 “퀵서비스 업종은 현재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매김한 업종으로, 최소한의 안전 및 보건조치가 갖추어져야 하며 이들 직종이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퀵서비스업은 우리사회에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업종임에도, 여전히 법적&#52533;제도적 기본조건이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업체간 난립과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업종에 종사하는 기사는 물론 업체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업체와 기사가 함께 현재 퀵서비스업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현행 퀵서비스업의 문제점>>

법의 사각지대= 서울시에서 영업중인 퀵서비스 규모가 7천억원에 이르고 업종이 생겨난지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법적 규제나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이다. 즉 퀵서비스 업종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지난 1997년 여객위주로 운영되고 있던 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화물운송분야를 분리하기 위하여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이 법에 의하면 운송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 기사와 운송수단을 보유해야 하나 현재 퀵서비스 회사들은 지입방식으로 알선업무만 하고 있음에도 운수사업자로 등록하여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이륜자동차는 화물운송수단으로 규정되지 않아 무법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퀵서비스 업종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으며 건교부와 서울시도 아직까지 제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단순히 이륜자동차를 화물운송수단에 포함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되며, 영업을 하기 위한 조건이나 배송책임 문제, 비용부담이나 표준요금제 등 퀵서비스 업종 내부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는 방향으로의 제도화가 고민돼야 한다.

업체의 난립과 영세한 규모=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10대 이하의 오토바이를 보유(지입과 자체보유 포함)하고 있는 업체가 31.9%, 10대 초과 20대 이하의 업체가 44.0%로 약 76%가 20대 이하로 영업을 하고 있으며, 100대 이상을 보유한 업체는 단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퀵서비스 회사의 영세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퀵서비스업의 경우 특별한 요건을 갖추어 허가를 받거나 등록하여 영업하기 보다는 대다수가 전화기와 단말기, 그리고 컴퓨터와 무전기 등의 최소한의 장비를 보유한 채 쉽게 영업을 시작할 수 있기에, 영세한 규모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으며, 이는 곧 업체간의 과열경쟁과 요금단가하락 등을 불러오고 있다.

출혈경쟁에 의한 단가하락= 퀵서비스 회사의 난립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업체들은 각종 할인제도를 쏟아내며 출혈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퀵서비스 회사들은 시장 확보차원에서 거래업체에 낮은 배송단가를 제시하거나 혹은 정상가격을 받되 각종 할인제도를 둠으로써 전체적으로 가격덤핑을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채산성이 낮은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또 다시 다른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는 등 업체의 시장 진출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출혈경쟁에 의한 배송단가하락은 퀵서비스 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퀵서비스 기사들의 수입 원천이기에 직접적인 타격은 기사들이 받는다고 하겠다. 이는 결국 퀵서비스 기사의 불법운행과 난폭운전으로도 연결되어 기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세금 탈루= 현재 퀵서비스 회사중 많은 회사들이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로 영업을 하고, 현금 거래 비중이 높다보니 세금탈루 문제가 자주 지적되고 있다.

사업 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를 하더라도 낮게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탈세가 발생하고, 운송서비스에 따른 부가가치세도 제대로 납부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설사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운임 할인에 따라 퀵서비스 기사에게 전가되는 문제점도 있다고 한다.

또한 회사는 기사로부터 일정기간에 따라 알선료를 받고 있으나 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 이에 대한 세금도 제대로 부담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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