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신세계건설, 돌파구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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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 신세계건설, 돌파구는 있는가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3.28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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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업손실 1878억원, 부채비율 1000% 육박
지방권 사업장 집중··· 손실 폭 확대 가능성 상존
현금성 자금 대량 확보·그룹사 물량 기대감 여전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신세계건설이 주요 사업에서 적자 폭이 늘고 부채가 급증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최대 주주이자 모(母)기업인 ㈜이마트마저 실적 악화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에 나서는 등 그룹사 지원 여력을 둘러싼 의문 부호도 커지는 양상이다. 

다만 최근 단행한 회사채 발행 및 레저부문 매각 등 굵직한 재무 개선 작업과 신세계그룹 계열사 발주로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 대형 공사들의 매출 인식, 강화된 관리 부서를 통한 리스크 해소 노력 등으로 재무 건전성이 차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교차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작년 말 기준으로 1878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1417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이 회사 부채비율은 952%, 각종 손실에 따른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는 1754억원에 달한 상황이다.

총차입금은 1년 만에 6배 넘게 불어난 3442억원, 순차입금 비율은 178.6%로 높아졌다. 2년 새 급증한 영업 적자로 2021년 1671억원까지 끌어올린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63억원 결손금으로 돌아서는 등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구광역시 등 부동산 침체와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곳에 사업장이 집중돼 실적 하락을 예상했지만, 발표된 실적은 더욱 참담했다. 신세계건설의 부채 증가 폭과 부채비율은 시공능력 상위 50위권 이내 중대형 건설사들 가운데 워크아웃에 착수한 태영건설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악의 결과다.

지난해에 △대구 칠성동 주상복합(빌리브 루센트, -375억원) △대구 수성4가 공동주택(빌리브 헤리티지, -234억원) △부산 오시리아 리조트(-310억원) 등에서 대형 손실이 발생한 반면, 대형 수익으로 인식된 현장은 없어 매출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실적 지표가 악화됐다.

이 회사 총매출의 86.0%가 집중된 민간 건설 부문에서 분양 실적이 급감한 데다 주요 자재값 급등 속에서도 기존 책임 준공 계약으로 인해 추가 공사비 협의가 어려운 기수주 현장의 원가율이 치솟은 영향이다. 

신세계건설의 원자재 매입 단가를 보면 레미콘(경인지역 기준, M3)은 2021년 4분기 7만1000원에서 작년 4분기 8만8700원으로, 아스콘(수도권, 톤당) 5만8000에서 7만7000원으로 각각 24.9%, 32.8% 급등했다. 

신세계건설(대표이사 정두영)이 자사 주택 브랜드 빌리브의 분양 실적 부진 등으로 유동성 악화를 겪고 있다. 사진=신세계건설 제공
신세계건설(대표이사 정두영)이 자사 주택 브랜드 빌리브의 분양 실적 부진 등으로 유동성 악화를 겪고 있다. 사진=신세계건설 제공

더 큰 문제는 대형 손실을 떠안은 기착공 현장에서 공기(工期) 진척에 따른 추가 손실분이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한 데다 기수주한 현장 대부분도 미분양에 따른 현금 회수 우려가 큰 경기도 외곽과 지방에 집중돼 있어 실적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계약 잔액이 남아있는 총 23곳 현장 가운데 서울 시내와 부산 해운대 등 주요 입지 또는 스타필드 등 신세계그룹 계열 물량 8곳을 제외한 15곳은 경기 외곽과 대구·부산 등 지방에 몰려있다.

유통업에 주력하는 모기업인 신세계그룹의 경영 악화로 확실한 지원 사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쿠팡과 알리·테무 등 국내외 경쟁사 성장에 따른 영업력 약화와 신세계건설의 대형 적자로 ㈜이마트는 그룹 내에서 인적 분할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469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25일 창립 후 첫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신세계건설은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인 현금성 자산 확보 노력과 중장기적인 기대 요인 등으로 돌파구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올 초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와 산업은행을 통해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지난 1월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으로 659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어 2월에는 회사 매출의 5.8%를 차지하는 레저부문(골프장·아쿠아필드 등)을 그룹 내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182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신세계건설 채권 600억원 매입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전반적인 자금 충당 효과는 올 상반기 재무제표에 반영될 전망이다. 아울러 신세계프라퍼티가 진행 중인 스타필드 청라&돔구장·화성국제테마파크·동서울터미널 공사 등은 향후 신세계건설 매출에 녹아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작년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준비를 마쳤고 연초에 굵직한 개선 목표들을 실행하면서 유동성 개선이 본격화됐다"면서 "당분간 예정된 신규 분양 물량이 없고 도급공사 등 미분양분도 시행 측과 협업을 통해 해소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신설된 사업관리 전담 부서을 통해 기존 사업장에 대한 리스크 점검은 물론 안정성이 확인된 사업지 위주로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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