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에 정치권도 투심 잡기나서..."공수표 그칠것"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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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에 정치권도 투심 잡기나서..."공수표 그칠것" 우려도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3.2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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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과세 유예" vs 野 "현물 ETF 허용" 등 공약 경쟁
"표심만 노려"..."공염불 된 대선공약과 다를지 의문"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다가 1억원을 돌파했던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원화 시세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다가 1억원을 돌파했던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원화 시세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가 가상자산 산업 활성화 관련 공약을 내걸고, 코인러(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사기 위해 여념이 없다.

최근 비트코인 1억원 시대를 열면서 활황기에 진입하기도 했고, 총선 열흘 뒤 네 번째 비트코인 반감기가 도래한다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가상자산 공약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공통적으로 가상자산 제도화를 약속했다. 세부적으로 여당은 관련 과세 유예를, 야당은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을 내놨다. 투자자들은 과세부담 감소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지만 거래업계는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18일 총선 정책공약집에 가상자산 공약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관련 공약을 내놨다.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내용이 포함된게 공통적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른바 '가상자산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발행 허용, 통합 시세 및 공시 시스템 구축, 가상자산사업자 영업행위 규율 등 법적 기반을 마련해 가상자산 제도화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가상자산기본법 제정 전까지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는 2022년 7월 세제 개편에 따라 가상자산 소득세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2년 미뤘는데, 과세 시점을 다시 한번 더 연기한다는 것이다. 다만 검토 사안이라는 점을 명시해 당초 계획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단행할 여지는 남겼다.

민주당은 지난달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가상자산 공제 한도 상향 등을 담은 가상자산 제도화 공약을 발표했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는 물론 발행과 상장까지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가상자산 현물 ETF 매매수익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과세해 기존 금융투자상품과 손익통산 및 손실이월 공제(5년)를 허용한다. 현물·선물 ETF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편입을 허용해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고, 가상자산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또한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블루리스트' 제도에 기반해 가상자산 발행을 조건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블루리스트는 제3의 공적기관 등 사전 심사를 통과한 가상자산을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여야의 가상자산 공약에 대해 우선 투자자들은 기대감을 나타낸다. 과세 유예와 매매수익 공제한도 확대가 세금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국내 거래사이트에서 5000만원대에 거래되던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최근엔 1억원 안팎을 오갈만큼 투자 심리가 부풀고 있다. 현 시세보다 수배 더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는 만큼 과세 완화 방안이 표심이자 투심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거래소 업계는 여야의 공약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물 ETF 도입을 숙원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여당은 관련 내용이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고, 야당의 내용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한 관계자는 "현물 ETF를 허용하고 기관투자자 가상자산 시장 참여 내용이 공약에 있지만 집권당이 아닌 야당의 공약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코인업계는 여야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또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대선 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코인 공약을 내놓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제대로 추진된 건 별로 없었다.

단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선보였던 공약 중 시행된 건 가상자산기본법 1단계가 유일하다. 당시 윤 대선 후보는 ▲투자수익 비과세 한도 5000만원 ▲거래소공개(IEO) 도입 후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대체불가토큰(NFT) 거래 활성화·디지털자산시장 육성 등을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주무부처인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지지부진한 것도 큰 한계로 지적된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코인 규제 완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코인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치권이 표심을 잡겠다고 여러 공약을 내세우지만 업계에선 회의적”이라며 “김남국 의원 사태 때도 법안을 발의하는 주체인 국회가 코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고 했다. 코인을 ETF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하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은 필수 조건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을 패싱하고 코인 투자자 표심만 노리는 ‘공약 던지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코인 정책의 방향을 아직 고민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이 시행됐다가는, 코인이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코인 공약에 대해 여야 모두 일단 던지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라면서 “투자수단으로서 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가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느냐가 우선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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