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란 우려에도 불어난 PF 대출…4월 이후 본격 구조조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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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란 우려에도 불어난 PF 대출…4월 이후 본격 구조조정 예고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3.2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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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연체율 안정 수준" vs 시장선 "착시효과"
위기설 선 그은 당국...선거 이후 옥석가리기 본격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22대 국회의원 선거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올 수 있다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이 금융시장의 뇌관이 되고 있다.

이같은 위기설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PF 대출의 만기도 다변화돼 있는 데다, 연체율도 역사적 고점(historic-high) 대비로는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연체율은 과거 부실 PF 사업장 만기연장 등에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장 옥석가리기를 통해 PF 시장 연착륙을 추진하겠다는 당국의 구상과 관련해서도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기 전까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급급한 모습이다. PF 대출 연체율이 상승한 것과 관련해서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연체율·미분양 주택수 등 부동산 PF와 관련한 주요 지표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역사적 고점 대비로 매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말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2.70%)은 앞서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2012년 말(13.62%)과 비교해 10.92%포인트의 격차를 보이는 건 사실이다. 높은 연체율로 우려를 사는 증권사(13.73%)·저축은행(6.94%) 역시 역사적 고점인 2013년, 2015년 말엔 62.00%, 36.58%에 달한 바 있다. 미분양 주택도 역사적 고점인 2009년 말엔 16만6000호에 달해 지난해 말(6만2000호)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권이 이런 연체율을 감내할 충분한 체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는 최근 브리핑에서 "그동안 PF 대출에 대해 충당금 적립강화를 주문하면서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109%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고,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은 약 150%에 육박하는 만큼 완만한 연체율 상승은 우리 금융시스템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보는 또 총선 이후 그간 이연된 부실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PF 대출 만기현황을 보면, (만기가) 연중 특정한 시점에 쏠려있지 않고 골고루 분산돼 있는 만큼 특정 월에 집중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어떤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PF 시장을 관리하고 부실을 이연하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를 밟고 있는 태영건설과 같은 사례가 재등장 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그는 "현재로선 우려를 나타내는 회사(건설사)는 아직 없다"며 "(건설사의) 자금조달, 금리동향 등을 꼼꼼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장별 옥석가리기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당국이 지난해 내놓은 PF 정상화 펀드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PF 대주단 협약 역시 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대주단 간 합의에 한계를 갖고 있던 만큼 관련 제도개선을 통해 사업성 있는 사업장은 정상화를, 사업성이 미흡한 사업장은 재구조화나 경·공매 처분을 활성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보는 "현재 시장에서 경·공매가 눈에 띌 만큼 활성화하지 못한 것은 시행사나 채권단이 시장이 바라는 수준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하는 사례 때문"이라며 "이에 PF 관련 예상손실을 장부에 반영토록 해 경·공매의 유인을 높일 환경을 조성하고, 그럼에도 경·공매가 활성화하지 못한다면 사업성 평가를 통해 사업성을 재분류하는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융·건설업권을 중심으론 총선 이후 잠재돼 있는 관련 리스크가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현재 연체율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이후 국면과 대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나, 각종 연착륙 조치로 만기연장이 거듭되면서 착시효과를 일으킨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고점 대비 현재 지표가 안정적이란 해석에 대해서도 의문의 시선이 뒤따른다. 최근의 금리 인상에 더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강화된 국내 노동·안전 규제 등으로 건설비가 상승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같은 이유로 사업성 없는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처분 등 구조조정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브리지론 단계에 머무른 부실 사업장의 경우 지방에 소재한 경우가 많아 막대한 건설비 등을 고려할 때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경·공매가 진행되더라도 양측 모두 적당한 가격대를 타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출이 적지 않은데 현재 대손충당금 수준은 충분하다고는 하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일부 금융회사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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