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체율 치솟는데 신용대사면까지...부실뇌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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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연체율 치솟는데 신용대사면까지...부실뇌관 고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3.18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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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빙·카드론 등 작년 카드 연체율 9년 만에 최고치
300만명 신용사면…저신용 차주 유입에 리스크 고조
카드사들의 연체율 급등한 가운데 정부 주도 신용사면까지 실시되면서 부실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사들의 연체율 급등한 가운데 정부 주도 신용사면까지 실시되면서 부실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카드사들이 부실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는데 정부가 주도한 신용대사면까지 이뤄지면서 저신용 차주들의 유입으로 인한 잠재부실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서다. 

우선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카드 이용액이 1139조원으로, 전년보다 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는데, 연체율은 9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금융감독원이 18일 발표한 2023년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전년(176조6000억원)보다 62조7000억원(5.8%) 늘어난 1139조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이용액은 57조5000억원으로 1000억원(0.2%) 늘었지만,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은 44조5000억원으로 1조9000억원(4.0%) 줄었다.

특히 지난해 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뜻하는 카드사의 연체율은 1.63%로 전년 말(1.21%)보다 0.42%포인트(p) 상승해 2014년(1.69%)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사의 부실채권 비중도 급증했다. 카드사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4%로 전년 말보다 0.29%p 높아졌다. 그나마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09.9%로 모두 100%를 상회하는 가운데 전년 말(106.7%)에 비해서도 3.2%p 상승한 것이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조정자기자본비율도 19.8%로 경영지도비율(8%)을 크게 상회했고, 레버리지배율(5.4배)도 규제한도(8배 이하) 아래로 전년 말(5.6배) 대비 0.2배 하락하는 등 개선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상승했지만,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전년 말 대비 개선됐고, 조정자기자본비율도 규제비율을 크게 웃도는 등 손실흡수능력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금융시장의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도록 지도하는 한편, 여전채 발행시장 동향과 유동성 상황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유동성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약 300만명에 대한 대출 원리금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신용사면이 지난 12일 시작된 가운데 카드업계가 숨죽이고 있다. 오는 5월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를 전액 상환하면 연체 기록이 삭제된다는 점이 불안요인이다. 서민들의 재기를 돕는다는 차원에선 긍정적이지만, 저신용 차주의 카드 이용이 늘어나 잠재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속 신용회복 지원 시행’ 행사를 열고 신용회복 지원 조치 대상과 효과 등을 발표했다. 이번 신용사면은 2021년 9월1일부터 지난 1월31일까지 2000만원 이하 빚을 갚지 못한 연체자 중 전액을 상환한 자가 주요 대상이다. 아직 갚지 않았더라도 오는 5월 말까지 상환하면 연체 기록을 없앨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해당 기간 소액 연체를 한 개인은 298만명이다. 이 중 264만명(89%)이 지난달 말까지 연체액을 전액 상환했다. 이와 별도로 개인사업자 31만명 가운데 연체액을 납부한 경우는 17만5000명이다. 상환을 완료한 281만5000명은 별도 신청을 안해도 12일부터 즉시 신용이 회복된다.

신용점수가 올라가면 그간 막혔던 카드 가입과 대출 신청도 가능해질 수 있다. 나이스 평가정보에 따르면 신용사면을 받은 개인 264만명의 신용점수가 평균 37점 상승(659점→696점)해 이들 중 15만여명이 신용카드를 신규 발급 받게 됐다. 26만여명은 신규 대출이 가능해졌다. 

이번 신용사면은 역대 네 번째로 실시된 것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당시 약 40만명의 신용불량 정보를 삭제해준 것을 시작으로 2013년 박근혜 정부,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서민들의 연체 이력을 지웠다. 윤석열 정부의 신용사면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대대적으로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포퓰리즘적이고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위는 2019년 코로나19라는 외부 여건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연체인 만큼 구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은 대규모 신용사면이 불러올 건정성 리스크를 우려한다. 연체 기록이 없는 만큼 다른 소비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한도를 부여하는데, 현 시점에서 새 가입자들의 자금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연체 기록이 삭제된 이후의 주머니 사정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경기가 계속 나빴던 만큼 자금력이 크게 개선됐을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건전성 리스크는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의 1개월 이상 연체액은 2조원을 돌파하며 2005년 카드대란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전성 관리만 보면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잔액도 줄여야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저축은행이 최근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풍선효과로 카드론 수요가 몰리고 있다. 카드사 9곳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39조212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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