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정부 증시부양 안간힘…관치금융 탓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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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정부 증시부양 안간힘…관치금융 탓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적도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2.19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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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분산 기업 대표 연임만 '타박'...'지배구조'는 외면 
"배당 압박 등 금융당국 앞세운 경영 개입이 더 문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증권 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증권 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정부가 국내 증시 부양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하고 있는데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다는 점도 정부를 다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발언한 뒤 여러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확대 등이다. 증시 투자 세 부담을 줄여 투자 수요를 끌어올리면 주가도 오른다는 발상이고 전략이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하면서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등한시하고, 관치 금융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다분히 다가오는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의 주가가 본질가치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오래된 개념이다. 그간 핵심 원인으로 꼽힌 건 국내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다. 큰 틀에서 지배구조는 지배주주·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감시하는 기제다. 세부적으로는 내부 지배구조(소유구조·주주총회·이사회·경영진승계·보수구조 등)와 외부 지배구조(법·제도·시장경쟁구조·인수합병시장·언론 등)로 나뉜다. 한국 기업은 내·외부 지배구조 둘 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국의 대기업은 대부분 기업집단 형태다. 여기서 지배구조의 문제인 기업가치 훼손, 기업범죄 등의 대부분이 발생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지정하는 ‘대규모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중 재벌(총수가 있는 대규모기업집단)은 72개, 이들의 매출 총액은 1975조원이다. 재벌이 전체 대규모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다.

그런데 현 정권은 ‘총수 없는 대규모기업집단’(포스코·케이티·케이티앤지 등)만 문제 삼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구조적·제도적 접근이 아닌 대표이사 연임 문제만 관심을 갖는다. 소유가 분산된 기업이 주인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는, 전형적으로 재벌이 ‘우리는 주인이 있어서 훌륭하다’는 왜곡된 지배구조 방어논리를 정부가 인정하는 셈이다.

'관치금융'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발목 잡는 이유로 꼽힌다. '만년 저평가주'로 분류되던 은행주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올해 들어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은 금리 인상기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냈음에도 주가는 꿈쩍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달 발표하기로 하면서 중장기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 역시 정부 정책에 발맞춰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은행 경영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세졌다는 점과 금리 인상 종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은 여전한 변수다.

최근 은행주가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것은 정부가 지난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대한 주가 부양을 측면 지원하곘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정부는 이달 말 시가총액이 PBR 1배 미만 기업을 집중 관리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표적인 저PBR종목인 은행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요 금융지주들의 PBR은 신한금융(0.41배), KB금융(0.43배), 하나금융(0.40배), 우리금융(0.35배) 등으로 0.5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 정책에 발맞춘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노력도 주가를 띄우고 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총주주환원율은 35%에 육박했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깜깜이 배당'을 막고자 2023년 결산 배당기준일을 2월 말로 변경한 것도 투자 매력을 키우고 있다. 2023년 결산 배당기준일이 뒤로 밀리면서 올해 1분기 분기 배당까지의 시차도 축소됐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2월 말부터 3월까지 주주 지위를 유지하면 결산배당도 받고 분기배당도 받는 '더블 배당'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 지에는 비관적 시각이 많다. 올해 은행권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부실 사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스트레스 DSR 도입 등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부동산 PF 부실 등 악재가 적지 않다.

이번 정부 금융당국의 은행 경영에 대한 강한 개입도 변수다. 지난해 초에는 고금리로 인한 차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직접나서 은행권에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고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종노릇' '갑질' 등 노골적인 단어를 써가며 은행권을 질타하자 은행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2조원대 상생금융안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은 4월 총선을 앞두고 홍콩H지수 ELS 원금 손실 투자자들의 피해 보상 목소리가 커지자 은행권에 자율배상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가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실적인데 은행주는 호실적에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던 적이 많다"면서 "실적이 좋으면 주주들은 많은 배당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정부가 간섭해 배당을 막으면서 주주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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