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 약자’ 배려 문화 확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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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지털 약자’ 배려 문화 확산돼야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3.12.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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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정보화 시대’라는 말도 구식처럼 느껴지는 요즘,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단어 그대로 경제적, 사회적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디지털 기기 활용의 정보격차를 말한다. 

온라인 예매와 사전예약 등 디지털 서비스는 초기엔 단순히 좀 더 편리하고, 빠른 정도였지만 이제는 편의성을 넘어 누군가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열린 한국시리즈 경기 시즌, ‘MBC 청룡’ 시절부터 LG트윈스의 팬이었다는 한 노인이 경기를 직관하러 야구장까지 찾아갔으나 표를 구하지 못 한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경기는 온라인에서 사전 예매가 이뤄졌다. 취소된 표를 현장에서 구매할 수는 있지만 해당 취소표 역시 온라인에 먼저 풀리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표를 구매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일정 비율의 표라도 현장 예매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KTX 열차, 고속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이들은 어플을 통해 몇 분 만에 표를 예매할 수 있지만, 아침부터 기차역을 찾아가 직접 발권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도 있다. 목적지로 출발하기 전 택시를 부르고 시간에 맞춰 나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지만, 스마트폰이 없거나 어플 사용법을 몰라 추운 날씨에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달쯤의 일이다. 지하철 역사의 한 카페 앞에 키오스크 두 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직원은 가게 안쪽에서 일하고 있었다. 기자가 키오스크 한 대에서 커피를 주문하는데, 옆자리 키오스크 앞에서 메인 화면을 쳐다보기만 하고 주문을 선뜻 하지 못 하는 노인이 보였다. 실례가 되지 않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분의 의사를 여쭤보고 주문을 도와드렸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터치스크린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키오스크가 일종의 장벽이 된 것이다.

식당, 카페 등 다양한 가게에 키오스크가 들어선 요즘, 심지어 주문을 포기하고 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직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배려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몫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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