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왓챠-LG유플러스 이득 없는 감정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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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왓챠-LG유플러스 이득 없는 감정 싸움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3.12.2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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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한때 인수 논의를 펼치며 손을 잡을 뻔했던 LG유플러스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왓챠가 최근 LG유플러스를 상대로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사실무근이라며 맞서고 있다.

왓챠는 LG유플러스의 추천·평가 서비스 'U+tv모아'가 자사의 '왓챠피디아'를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적인 서비스 구성과 기능적 요소들을 비롯해 버튼 아이콘 모양과 왓챠가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무시해 표기한 '보고싶어요' 명칭 등 일부 디자인과 기능이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LG유플러스는 해당 기능들이 왓챠의 고유한 영업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왓챠가 기술 탈취 근거로 제시한 기능들이 미디어 업계에선 이미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실제 별점 작성 디자인과 코멘트·리뷰 등 기능은 넷플릭스, 디즈니+ 등 다른 기업에서도 사용 중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LG유플러스의 왓챠 핵심 기술 복제 여부다. 여기서 양사의 주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점은 '인수합병 논의 과정에서 핵심 기술 관련 사항을 공유한 적이 있느냐'다. LG유플러스는 기술력 평가를 위해 관련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사 기술을 탈취하지 않았냐는 게 왓챠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통상적 수준 이상의 기술 정보나 노하우를 요구한 적이 없고, 정보 접근도 1~2차례가 전부였다고 반박했다.

결국 '핵심 기술 관련 사항을 공유했다면 그 내용을 어디까지 공개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왓챠가 관련 자료를 제출했을 때 부족한 내용이 있었다면 LG유플러스 측에서 보완을 요청했을 테고, 그 내용이 왓챠 입장에서 과도하다 싶으면 기술 탈취 우려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왓챠가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한 시점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사의 '기술 탈취 공방'은 지난 5월 인수·투자 협상이 무산된 후 본격화 됐다. 왓챠는 지난해 LG유플러스의 인수·투자 제안을 받았으나, 10개월간의 검토 끝에 LG유플러스가 투자를 포기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왓챠는 “LG유플러스가 투자를 미끼로 왓챠의 핵심 기술을 빼냈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왓챠 측의 주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왓챠의 주장이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기술 공개 범위에 대한 내용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왓챠의 주장이 자칫 '인수합병 불발에 대한 화풀이'나 '대기업 흠집 내기'로 비쳐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야 할 정부 부처들도 난색을 표하면서 쉽게 판가름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해당 안건에 대해 '심사불개시(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왓챠가 주장하는 내용들이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왓챠가 LG유플러스를 다시 중소벤처기업부에 신고하면서 공은 중기부로 넘어갔다.

아직 사실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지점이 있는 만큼 현재로썬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양사의 갈등이 결국 '승자 없는 싸움'으로 끝맺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탈통신'을 내세우며 신사업을 확장 중인 LG유플러스에게도, 경영 정상화에 집중해야 할 왓챠에게도 이번 공방전은 서로에 대한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 특별히 얻을 만한 이득이 없다.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의 횡포에 국내 OTT 업계가 잠식당할 위기에 처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은 의미 없는 싸움에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단 생존전략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따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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