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멀쩡한 기업도 후계자 없어 ‘폐업’… 지속성장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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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멀쩡한 기업도 후계자 없어 ‘폐업’… 지속성장 보장해야
  • 이용 기자
  • 승인 2023.12.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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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승계시 최고세율 60%…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중소기업 10곳 중 5곳 "기업승계문제. 경영에 악영향 미쳐"
중소기업 CEO 과반수 은퇴 앞둬… 상속세율 개선 절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국회에 기업승계 지원법안을 연내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국회에 기업승계 지원법안을 연내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기업승계를 앞둔 중소기업이 증가하는 가운데, 상속세 부담으로 폐업을 고려하는 기업까지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과도한 상속세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및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의 소득세율과 상속세가 타국에 비해 높고 부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경영을 악화시킨다며 상속세율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국내 상속세법에 의하면 과세표준 금액에 따라 최대 50%(최대주주 할증 시 60%)세율이 적용된다. 이 최고세율은 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고, OECD 평균(약 25%, 2022년 기준)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은 기업 승계 시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 최고세율 60%가 되므로 사실상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셈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업력 3년 이상, 연간 매출액 20억원 이상인 30~40대 벤처・스타트업 창업자 14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50%)을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OECD 평균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이 85.0%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속세를 폐지하고, 상속세가 없는 OECD 일부 국가들처럼 자본이득세 등의 형태로 부과해야 한다’는 응답이 43.6%로 가장 높았다. ‘OECD 평균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은 41.4%로 그 다음을 이었다. ‘현 수준이 적당‘하다는 응답은 9.3%, ’현 수준보다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4.3%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가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56.8%)‘이라고 응답했다. 또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서는 신규투자를 하지 않거나(31.7%), 폐업, 기업매각 등을 했거나 고려하고 있을 것(25.1%)이라고 답했다.

경제학자들도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총이 경제·경영학과 교수 211명을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을 조사한 결과,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이 70.6%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 33.2%, ’상속세 최고세율을 인하해야 한다‘ 37.4%로 집계됐다. 반면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7.1%,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12.3%에 불과했다.

실제로 과도한 기업 상속 제도로 강소기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떨친 강소기업마저 과도한 상속세로 무너지는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1억개의 물량 중 90%를 수출하고, 미국 보잉과의 상표분쟁에서도 승리할 정도로 역사가 깊었던 ’한국판 다윗‘ 쓰리세븐은 갑자기 발생한 15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매각됐다.

유니더스는 200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래 연간 생산 물량 11억개를 돌파하고, 제조 물량 70%를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며 한때 콘돔 업계 세계 1위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2017년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을 매각한 이후, 관련 시장에서 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기업 가치가 비교적 낮은 중소기업은 상속세로 지불할 현금도 없고, 주식도 없어 폐업까지 고려하는 실정이다.

경총이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가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기업인의 경영 의지와 도전정신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응답이 93.6%로 나타났다. 기업 상속인에 대한 과중한 세부담이 경영 의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문제는 중소기업 경영진 대부분이 고령화되며 기업승계가 코앞인데, 관련 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년 이상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중소기업 가업 승계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업력 30년 이상 기업 중 대표자의 연령이 △60세 이상 80.9% △70세 이상은 30.5%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국내 평균 은퇴 연령은 72.3세(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2022년 발표)다. 중소기업 CEO 과반수가 은퇴를 앞둔 상황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상속세가 따르는 만큼, 중소기업들은 사업 확대를 억제해 스스로 경쟁력을 소실하는 선택을 하는 실정이다. 상속세의 취지가 ‘부의 배분’인데, 거둬들인 세금이 과연 얼마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지 알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기업이 직접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에 따른 상속·증여세 감면 제도'가 승계 조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J제약사 관계자는 “상속세를 주식으로 충당하려 해도, 경영자가 경영권을 방어할 최소 지분마저 뺏기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은 경영자가 갑작스레 사망에 이를 경우 수 백 명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우려를 껴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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