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숟가락 얹기 바쁜 정부...시장에 민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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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숟가락 얹기 바쁜 정부...시장에 민폐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12.14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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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정당하게 노력하지 아니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동참해 손쉽게 이득을 얻으려 하다." 국어사전에선 이를 두고 "숟가락을 얹다"라고 표현한다.

윤석열 정부가 여러 장면에서 보여주는 행보가 딱 그러하다. 위태로운 지지율과 등 돌린 민심. 네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등을 의식해서 일까. 그래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찝찝하다. 기업과 시장의 공(功)을 정부가 끼어들어 생색을 내는 모습이라니. 여간 찝찝한 게 아니다.

이광표 금융증권부 차장
이광표 금융증권부 차장

최근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했다. 순방 기간 ‘반도체 동맹’을 성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하고 있는 기업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나서서 ‘반도체 동맹’을 언급한 것도 중국을 자극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 내에선 네덜란드의 에이에스엠엘과 삼성·하이닉스의 협력은 오래전부터 논의된 사안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전문가는 "협력이 없던 기업 간 업무협약이라면 정부 역할이 크다고 봐야 하지만, 삼성·하이닉스는 에이에스엠엘에 투자하거나 장비를 많이 구입한 협력사다. 대통령 순방 결과물로 포장하는 건 알아서 잘하고 있는 기업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지난 중동 해외순방 성과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물론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통해 수출 수주 성과를 올리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건 더없이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기업에서 추진하고 있던 양해각서나 계약까지 모두 윤 대통령의 순방 성과에 포함하는 사례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알려진 계약 중 이미 성사되거나 기업에서 계약 마무리를 순방 일정에 맞추는 등 대통령 순방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동원된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의 '숟가락 얹기'는 금융권을 향해서도 벌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수조원 이상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책을 마련한건 윤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이 계기가 됐다. 은행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키워 은행권을 악마화 시켰다.

은행권은 지난 2월에도 윤 대통령의 ‘돈 잔치’ 지적이 나오자 3년간 10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강화 방안을 내놨고, 최근에도 2조원 규모의 추가 상생안을 약속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할 복지 영역의 지원책까지 민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수밖에 없다. 더구나 은행은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상생을 실천해도 연신 두들겨 맞고 있다. 반대로 정부는 생색내기 바쁘다. 원색적 비난을 쏟아낼수록 은행이 돈 보따리를 더 풀어놓으니 생색내기는 그칠 기미가 안보인다. 

기업들의 열매는 가로채고, 금융사에게 폭탄은 떠넘기는 장면 좀 그만 봤으면 한다. 민폐지 않은가. 그 숟가락 이제 좀 내려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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