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고차 진출 현대차, 시장 정화 꼭 이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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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고차 진출 현대차, 시장 정화 꼭 이뤄내길 바란다
  • 이찬우 기자
  • 승인 2023.12.13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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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지 어느덧 2달이 다 돼간다. 많은 기대 속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높은 가격과 부족한 물량이 발목을 잡으며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시장정화’ 효과도 미미하다.

아직 시간이 많이 흐르진 않았지만 시장 정화를 위해선 괄목할 만한 성과가 필요하다.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져야만 다른 중고차 업체들도 경각심을 느끼고 깨끗한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0월 인증중고차 사업에 진출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거래액은 약 30조원, 한 해 거래 대수는 신차 등록 대비 약 1.4배가 많은 큰 시장이다.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사업은 자사 브랜드의 차량을 매입하고 철저한 검수 작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브랜드 이름을 걸어 불신이 가득한 중고차 구매자들에게 신뢰 가는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불신이 가득했던 기존 중고차 시장이 정화될 것을 기대하며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했다.

지금까지 중고차 시장은 사기와 불신이 넘나드는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불려왔다. 일부 악질 업체들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소비자들을 속여왔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는 가격의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다른 차를 강매하는 ‘허위매물’ 수법이나 제 기능을 못하는 침수차를 멀쩡한 차로 속여 파는 사기 행위들이 만연하게 벌어져왔다. 이에 엔카닷컴, 케이카 등 대표 중고차 플랫폼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중고차 사기 피해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 나타난 현대차의 인증중고차 사업은 불안에 떨던 소비자들에게 한줄기 빛 같은 존재였다. 대기업이 자사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인만큼 최소한 사기 행각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어서다.

하지만 지금 같은 판매량이 이어진다면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깨끗한 시장’은 다가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상품들이 신차에 거의 근접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사업 초기라 판단하긴 이르지만 물량 확보와 가격 조성에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어도 비슷한 조건 대비 수백만원의 차이가 난다면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중고차 업체의 차량을 구매할 것이고, 위기를 느끼지 못한 업체들도 그간의 행태를 이어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 정화의 첫번째 조건은 현대차 인증중고차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인증중고차 사업이 빠른 시일내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내뿜어 소비자들이 더이상 속는 셈 치고 중고차를 사는 일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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