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생금융, '압박'이 능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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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생금융, '압박'이 능사일까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3.12.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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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이자이익을 잇달아 비판하며 ‘상생금융’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시작으로 보험‧증권 등 업권별 수장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상생금융을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구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연말까지 전체 가계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으며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낮추기로 했다. 5대 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3.82~6.082%, 변동형 금리는 연 4.61~7.077%로, 한달 전에 비해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이 3%대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이 같은 상생금융은 은행권의 주담대 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예외는 없다’며 은행권을 넘어 제2금융권에도 상생금융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카드업권에서는 연체율 상승과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 약정) 잔고 증가 등으로 여력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압박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호소한다. 지난 3분기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7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8626억원 대비 15%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부추기며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5대 은행의 11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3856억원으로 10월(686조119억원)보다 4조3737억원 늘었다.

지난해 초 사례를 보면 정부가 대출 관련 규제를 하나씩 풀었지만 기준금리가 높아 주택 거래량이 감소한 바 있다. 대출 관련 규제를 푼다고 해도 금리가 높아 사람들이 대출 받을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상생금융 차원에서 시중금리를 내린 것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생금융의 취지는 좋지만 무조건 압박으로 풀어갈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상생금융을 위해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 압박 이외에 없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상생을 위해서는 여러 방면에서 신경을 쓴 뒤 그에 맞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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