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AI 집중된 벤처투자… 스타트업계 빈부격차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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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AI 집중된 벤처투자… 스타트업계 빈부격차 가중
  • 이용 기자
  • 승인 2023.11.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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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 4조4000억원… 전년 대비 42% 감소
투자 한파에도 AI분야만 지속 성장… 의료AI 업체 주가 10배 상승
AI 업계서도 업종 간 희비 갈려… 인력부족, 데이터 확보 숙제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을 활용해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이엘케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AI 분야만이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의료AI 분야는 투자 빙하기와는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중기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월부터 벤처캐피탈(VC) 업계의 투자 대상 기업 발굴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유통·서비스 분야는 1075억원, 영상·공연·음반은 972억원, 게임은 242억원씩 줄어들었다.

정부가 밀어주는 차세대 산업인 바이오·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마저도 1336억원 감소했다. 제약바이오는 주요 선진국들도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분야지만, 정작 업계엔 투자금이 몰리지 않아 관련 스타트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1억달러 이상의 주요 M&A는 총 73건, 920억달러(약 118조원) 규모로 이뤄졌다. 거래 건수와 투자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19%, 12% 감소한 수치다.

반면 AI 분야는 유일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이 생성AI 관련 기업에 지난 한 해 투자한 자금이 13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최근 5년간 해당 부문에 투자된 금액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특히 투자 업계의 주목을 받는 분야는 ‘의료AI’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인간중심AI연구소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3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AI 분야는 '의료'였다. 해당 분야에는 61억달러의 투자가 집중됐다. 이어 △데이터 관리, 처리 및 클라우드 서비스가 59억달러 △핀테크 55억달러 △보안 부문 54억달러 △소매 부문 42억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실제 국내서도 의료 AI 솔루션 업체의 주가도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9월 1만8000원대였던 ‘루닛’의 주식은 올해 9월 26만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최저 3000원대였던 제이엘케이의 주가는 지난 9월 3만원대로 올랐다.

다만 AI 업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투자 열풍이 소폭 줄어든 모양새며, 그마저도 특정 국가에만 투자금이 몰려 있는 형편이다. AI 인덱스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민간 AI 투자 건수는 지난해 3538건으로 나타나 지난해 대비 12% 줄었다고 전했다. 새로 투자받은 AI 기업의 수 역시 1392개로 17% 줄었다.

특히 미국의 투자금은 474억달러로, 2위인 중국(134억달러)과 3위 영국(44억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으며, 사실상 전 세계 투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 AI 산업에선 민간투자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제인연합회는 국가별 AI 산업 수준을 비교한 ‘글로벌 AI 지수’를 분석한 결과, 민간투자 부문에서 한국은 18위를 차지해 총 7개 부문 중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1위 미국을 100으로 기준했을 때, 한국의 점수는 8.3포인트에 불과해 상위 10개국 평균(29.0)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국내는 AI 관련 기업 수도 주요국과 대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투자 부문의 세부 항목인 AI 관련 상장기업 수에서 한국은 총 6개 기업으로 11위를 차지해, 미국(172개)과 중국(161개)은 물론이고 일본(26개)과 대만(9개)에 비해서도 부족하다. AI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도 19위에 불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국내 1915개 인공지능 기업을 조사한 결과, 사업 운영에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AI 인력 부족(81.7%)’과 ‘데이터 확보 및 품질 문제(74.9%)’였다. 특정 분야에 인력과 데이터가 집중된 만큼, 타 분야는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셈이다.

의료기기 개발사 C사 관계자는 “투자 시장엔 늘 유행이 있는데, 현재 의료AI 업계 성장 가능성에 대해 입소문이 돌아 자본이 해당 분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투자 한파 환경 속에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기타 업계는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이 와중에 정부는 연구개발 예산까지 삭감했다.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더욱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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