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희토류·요소수에 흑연까지…K-산업, 또 터진 中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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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희토류·요소수에 흑연까지…K-산업, 또 터진 中리스크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10.29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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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음극재 원료’ 흑연 수출 통제…포스코퓨처엠엔 직격탄
中, 사실상 美에 보복 조치 인정…EU까지 갈등 확대 국면
요소수 대란에 갈륨·게르마늄 통제도…희토류 통제 가능성
중국이 흑연에 대한 수출통제에 나서면서 국내 산업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포스코퓨처엠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사진=포스코퓨처엠 제공
포스코퓨처엠 인조 흑연 음극재 1단계 공장에서 자동화 로봇을 활용해 음극재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퓨처엠 제공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국내 산업계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희토류, 요소수에 이어 흑연까지 중국의 수출 통제라는 국내 기업들의 잠재적 리스크가 또 다시 터진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흑연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생산에 쓰인다. 중국은 이러한 인조 흑연 재료와 제품을 오는 12월 1일부터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킨다.

흑연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원료 중 하나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흑연 물량은 전 세계 물량의 80%가 넘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으로 인조 흑연의 87%, 천연 흑연의 72%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와 직접적 영향을 받는 기업은 포스코퓨처엠이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흑연으로 음극재를 생산한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중국에서 흑연 원료를 수입해 세종 공장에서 음극재를 만들어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생산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생산 차질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중국의 이번 흑연 수출 통제가 '수출 금지'가 아닌 승인 절차를 까다롭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가 국내 배터리 산업을 겨냥한 것도 아니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가 법에 따라 수출 통제를 실시하고 정상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어떤 특정 국가와 지역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특정 산업을 겨냥한 것도 아니다"며 "수출이 관련 규정에 들어맞는다면 허가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러한 중국의 수출 통제로부터 국내 산업계가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흑연 자원의 전략적 중요성과 중국이 세계 최대의 흑연 생산국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몇몇 산업은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으로선 근본적으로 중국에 제재를 부과했거나 미국이 주도한 중국 상대 제재에 참여한 국가들에 보복하는 데 광물 자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통상 중국 관영 매체는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간접적으로 국내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여지는 충분한 것이다.

문제는 미·중 힘겨루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러한 보복 조치 위험성도 상존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도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와 핵심 원자재법(CRMA) 등을 꺼내들어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EU와 중국의 갈등도 확산되는 국면이다. 중국이 '자원 무기화'를 꺼내들 지정학적 요인이 강화되면서 국내 산업계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중국이 ‘자원 무기화’를 꺼내들 때마다 국내 산업계는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했다. 최근에는 중국은 지난 8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수출 통제에 나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공급망을 흔들었다. 갈륨은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과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소재 등으로 사용된다. 게르마늄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 생산에 쓰인다. 갈륨·게르마늄의 경우 수출 허가에 시간이 걸려 통제 첫 달인 8월 중국의 수출량이 전혀 없었다.

희토류는 중국의 단골 '자원 무기화' 품목이다. 희토류는 중국이 쥐고 있는 자원 무기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를 장악했다. 미국이 지난 17일 강화된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가능성이 급격히 거론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앞서 중국은 일본과 영토 분쟁이 일어나자 2010년 일본를 겨냥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꺼내들었다. 중국은 2021년 희토류 국유 기업 3곳과 국가 연구소 2곳을 통합한 ‘중국희토그룹’이 출범시켜 희토류에 대한 중앙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도 이 같은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타임스가 “미국이 주도한 중국 상대 제재에 참여한 국가들에 보복하는 데 광물 자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만큼 국내 기업들에 대한 수출 허가를 미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중국발(發) 요소 공포도 중국 자원 무기화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주는 사례다. 2021년 중국은 요소 수출 제한 조치로 우리나라의 '요소수 품귀' 사태를 야기한 바 있다. 이후 수입 다변화 노력을 통해 중국 요소 수입 비중을 2021년 65%에서 올해 17%로 줄였다. 그럼에도 지난 9월 중국 당국이 비료용 요소 수출 중단 조치에 나선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국내 시장에서는 요소수 가격이 뛰어오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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