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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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3.10.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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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얼마 전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 이야기 주제는 직장과 부동산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의 끝에는 언제나 부동산이 있었다. 동창 중 누구는 경기도에 전세로 들어가 살고 있고 또 어떤 친구는 서울에 매매로 집을 구했단 이야기이었다. 이러한 대화를 나눌 때면 알 수 없는 초조함과 불안감이 느껴진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여러 정서 중에 ‘따라가지 않으면 나만 손해 볼 것 같다’는 마음이 있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나만 하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느낌은 너무 강렬하게 한국 사회와 개개인의 삶을 뒤덮고 있다. 때로는 이 관념이 죽음과 착종돼 있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이 경쟁이란 포장지에 싸여 합리화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바로 부동산이 그렇다.

몇 년 전 집값 급등기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영끌족’이라는 표현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단어가 됐다.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와 내 집 장만을 하는 2030세대가 늘어났고, 당시 그 레이스에 참여하지 못 한 사람들은 초조함과 불안을 느꼈다. 비단 2030세대 뿐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한국에선 집은 곧 인생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지면서 성공과 실패의 기준과 삶의 목표가 됐다.

이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에게 다른 정책보다 중요한 이슈가 됐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행보에 시장 참여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을 목표로 시장 활성화에 집중했다. 출범 초반부터 각종 규제 완화를 예고했고 빚내 집사라고 대출규제도 풀어줬지만 가계부채가 잔액기준 사상최대치를 경신하자 다시 문턱을 높여서다.

정부는 소득이 낮은 청년층의 주거 실수요를 대상으로 정책모기지 50년 만기 대출상품을 내놨고,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해선 '빚내서 집사라 시즌2'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 완화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출을 조이면 당장의 매수 수요는 줄일 수 있겠지만 주택 사업자들의 공급 심리도 줄면서 주택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매수요가 늘어나야 주택사업자들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겠지만 공급대책 발표 전부터 수요부터 위축되면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아서다. 문제는 9월 발표된 공급대책에서 수요 진작책은 없었다. 정부가 집값 자극을 우려해 제외했다고 하더라도 추가된 공급량(5만5000가구)이 적거나 공급 시기도 까마득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15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던 지난해 8·16대책 당시 입장은 1년이 지나지 않아 내년 상반기까지로 슬그머니 후퇴하다 다시 11월로 앞당겨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에 의심이 생기는 이유다.

부동산은 국민 대다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됐다. 거기엔 정부의 영향도 컸다. 부동산은 정부의 능력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N포세대가 나온 배경이기도한 부동산은 공포와 갈망의 대상이 됐다. 그렇기에 전 정부의 부동산 문제를 비판하면서 시장 정상화를 외쳤던 현 정부가 슬기롭고 국민의 신뢰 받을 수 있는 정책으로 풀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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