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한은‧시장 엇박자, 이번 공급 대책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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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한은‧시장 엇박자, 이번 공급 대책은 다를까
  • 권영현 기자
  • 승인 2023.09.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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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정부가 추석 전에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여전히 집값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 하반기는 거래 절벽이라 불릴 만큼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바닥을 보였고 집주인들은 고금리에 급매로 매물을 내놓으며 집값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며 부동산 시장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데 공을 들였다.

공시가격을 내려 종합부동산세 등 국민의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줄여주면서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까지는 정부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다만, 정부가 시중은행 이자보다 금리가 낮은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고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평가이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서민을 위해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의도와 깡통전세, 전세사기 발생을 막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정부는 한국인의 부동산 사랑을 간과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자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셈도 복잡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한은은 10여년 만에 돌아온 고금리에 수차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경고를 했지만 불과 수년 전 부동산 폭등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서울 집값이 급격한 회복 및 반등을 보이자 ‘오늘 집값이 제일 싸다’는 불안심리 속에 50년 만기 주담대까지 손을 뻗으며 영끌에 나섰다. 그 결과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됐다.

가계 및 기업대출의 급증으로 금리를 쉽사리 올리지 못한 한국은행 통화정책과 정부 부동산 정책의 엇박자 속에 한동안 하락세를 보이며 안정되는 듯 했던 집값이 다시 꿈틀대면서 수요자들 역시 ‘대마불사 내 집 마련이냐’, ‘데드캣바운스, 집값 2차 하락이냐’를 두고 고심에 빠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영끌을 통한 내 집 마련은 위험하다고 경고를 이어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이 26배인 것으로 집계됐다. 26년치 월급을 숨만 쉬고 모아야 27평짜리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 선진국이나 주요국 중에서 PIR이 한국만큼 높은 나라는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금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또 그런 낮은 금리로 갈 거라는 예상에서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근례 혼란한 경제 시장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시장은 정책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해 왜곡을 불러오기 때문에 정책 발표에는 신중해야 한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대책보다는 장기적으로 정박자를 낼 수 있는, 관계 당국과의 충분한 교감이 이뤄진 대책 발표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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