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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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혐오』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9.24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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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계가 주목하는 ‘혐오표현’ 연구자 '네이딘 스트로슨'
- 차별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해법 '대항표현'을 말하다!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누구나 다양한 개인적 특성, 신념 때문에 “혐오” 행위자(혐오선동가)로 비난받을 수 있고 “혐오”를 당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인종, 민족, 종교, 성별, 성적 지향, 성정체성, 장애 등에 대한 편견이 동기가 되는 혐오표현)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고, 정치 담론에서도 “혐오” 관련 이슈가 점점 더 주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혐오는 상대 집단, 특히 소수자집단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조장한다.

혐오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허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혐오표현금지법으로 대표되는 ‘검열’을 통해 혐오표현을 차단(또는 삭제)해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어떤 방법이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사회적 화합을 이끌어 내는 데 효과적인가”를 명쾌하게 분석한 『혐오: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가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23번 도서로 출간됐다.

저자 네이딘 스트로슨(Nadine Strossen)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전국법저널 선정)로 시민의 자유를 옹호하는 선구적 전문가이자 학계가 주목하는 혐오표현 연구자다. 그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이론적 토대로 삼아 법학, 역사학, 사회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초국적 연구물과 혐오표현금지법의 부작용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한다.

혐오표현에는 반대하지만 그것을 법률(혐오표현금지법)로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효과적인 방법은 법적 제재가 아니라 더 많은 표현, 즉 “대항표현(counterspeech,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모든 표현)”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 교수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로버트 P. 조지 등 진보-보수주의 성향을 떠나 이념적으로 다양한 전문가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워싱턴대학교의 2019 코먼 리드(Common Read) “반드시 읽어야 할 책”에 선정됐다.

번역은 혐오표현 전문가로 관련 이슈를 적극적으로 논하며, 혐오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인 “대항표현”을 국내에 소개하고 널리 알려 온 홍성수 교수와 유민석 연구자가 맡았다.

이들은 이 책을 “혐오표현의 개념, 혐오표현금지법의 이론적 쟁점과 현실적인 문제점, 그리고 실천적 대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교과서나 다름없다”라고 평했다. 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저자의 논점을 국내에 좀 더 섬세하게 소개하는 방법으로 홍성수 교수는 미국에서 직접 저자를 만나 대담을 진행하고, 책 말미에 「저자와의 대담」 지면을 마련했다.

역자는 한국 독자의 이해를 풍성하게 돕기 위해, 한국 사례 다수를 언급하고 저자와 분석해 나가며, “표현의 자유” “대항표현”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이끈다.

혐오
(Philos 사유의 새로운 지평 23)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원제 : Hate: Why We Should Resist it With Free Speech, Not Censorship
저자: 네이딘 스트로슨 역자 : 홍성수, 유민석 브랜드 : 아르테 발간일 : 2023-10-05, 332쪽 정가 : 28,000원 ISBN : 979-11-7117-068-5 03300

1977년, 미국 일리노이주 스코키 마을에서는 신나치들의 반유대인 시위를 허용해야 하는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나쁜 표현에 “법적 금지”로 맞서야 하는지, 아니면 “대항하는 시민행동(비검열적 방법)”으로 맞서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논쟁거리를 제시한 사건이다. 저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딸임에도 신나치에는 반대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뒷받침한다. “표현의 자유가 평등권을 포함한 개혁운동을 진척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것처럼, 검열은 항상 개혁운동을 저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이처럼 저자가 적의 혐오표현도 표현(사상)의 자유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담대한 관점을 전개하는 것은, 혐오표현금지법이 민주주의의 양대 기둥인 표현의 자유와 평등을 저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부터 미국연방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제1조의 취지에 따라 ‘긴급성 원칙’과 ‘관점 중립성 원칙’을 엄격하게 집행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심각한 해악을 임박하게 야기하는 경우에만 표현을 처벌할 수 있고(긴급성 원칙), 정부 관리나 지역사회 구성원이 표현의 메시지가 탐탁지 않거나, 불온하거나, 두려움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표현을 규제하는 것을 금지한다(관점 중립성 원칙).

혐오표현금지법은 특정한·긴급한·심각한 해악을 직접적으로 야기하지 않음에도 혐오표현을 규제하며, 따라서 긴급성 원칙 및 관점 중립성 원칙 양쪽에 모두 위배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혐오표현금지법 지지자들은 혐오표현금지법의 정당성을 내세울 때 ‘탐탁지 않거나, 불온하거나, 두려움을 주는 메시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말하면 안 되거나 들으면 안 되는 말과 사상을 선택할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의 본질이자 민주적 자치를 위한 필수 요소인 사상의 자유를 질식시키는 것이다.”

이 법은 처벌받기를 두려워하는 발화자를 자기검열에 빠지게 하고 표현을 단념하게 하여[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야기해],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 한편,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혐오표현금지법의 정당성 근거를 감안할 때, 혐오표현금지법을 집행하는 과정에는 집행자의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때 집행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표현은 보호하고 그렇지 않은 표현에는 법을 집행할 수 있고, 인기가 많거나 권력을 쥔 사람들보다는 인기가 없는 소수자집단이나 소수자 발화자에게 차별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 즉, 저자는 혐오표현금지법은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혐오표현금지법의 현실적 문제점
“효과가 없으며, 심지어 역효과를 유발한다”

저자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혐오표현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되며, 혐오표현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다. 혐오표현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해법은 대항표현이다.”

한국에서도 표현의 자유, 혐오표현 쟁점이 매우 뜨겁다.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안(20대 국회)도 제출된 바 있다. 스트로슨의 주장은 한국 사회에도 이 법이 필요한지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저자는 「저자와의 대담」 지면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저는 차별금지법이 [혐오표현금지법보다] 우선순위라고 생각합니다. 고용과 교육 등 중요한 영역에서 실제 차별을 금지하는데 그렇게 많은 자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의 미덕 중 하나는 일단 사람들이 그 법 덕분에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일하거나 공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실제로 상대방을 알아 가는 것이거든요.”

역자들은 「옮긴이 해제」에서 이러한 저자의 입장이 한국의 진보-보수(좌파-우파) 대립 구도에서 보면 다소 특별하다고 말한다. 네이딘 스트로슨은 표현의 자유라는 쟁점을 진보-보수라는 단순한 구도와는 분리해 논의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적극 옹호해 온 것은 진보 진영이었다. 민주화 과정에서 “권위주의 통치에 맞서는 필수 무기”가 바로 표현의 자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표현의 자유가 ‘나쁜 표현’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진보 진영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

표현의 자유는 원래 불편한 표현, 모욕적인 표현마저도 보호해 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타인이 표현한 ‘내용’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있지만, 나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매우 많다.

실제로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 중에도 일간베스트 게시판,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정부 비판, 포르노그래피 등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

역자들은 이 책이 “혐오표현금지법에 반대하는 쪽에 힘을 실어 주는 내용이긴 하지만, 입법을 추진하는 쪽이 입법을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하고 어떤 난점을 해결해야 하는지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라고 전하며, 입법에 관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저자의 논의 자체는 “혐오표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라고 말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대항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민주주의를 해치는 혐오표현에 대해 우리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자는 「저자와의 대담」에서 “적의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다”라는 담대한 관점을 명확히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리석고 악하고 위험한 말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급진적인지 아실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아이디어입니다. 그러나 이런 훌륭한 생각은 설명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이것이 교수님 같은 분이나 제가 책을 쓰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왜 지금 우리 사회에 이 책이 필요한지,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간과해서는 안 될 관점이 있다. “어떤 견해를 비판할 수 있는 권리는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만큼 보호된다.”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현 시점에 이 두 관점은 표현의 문제에 대한 고찰에서 주요한 축으로 기능할 것이다.

저자  네이딘 스트로슨(Nadine Strossen) 뉴욕 로스쿨 교수

하버드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고, 미니애폴리스와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회장(1991~2008)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욕 로스쿨 교수다. 헌법과 시민의 자유를 옹호하는 선도적 전문가이자 미디어 해설가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수많은 연구논문을 집필했으며, 의회에 헌법에 대한 자문을 수차례 했다. 대학 500여 곳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소명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이에 학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명망을 쌓았다. 개인의 권리와 표현을 위한 재단(FIRE), 헤테로독스 아카데미, 검열반대전국연합(NCAC), 오스틴대학교(University of Austin)의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역자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2008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페인 국제법사회학연구소, 옥스퍼드대 사회-법연구소, 런던대 인권컨소시엄 등에서 연구했으며, 법철학, 법사회학 등의 기초법학 방법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권 문제와 법과 사회변동, 법과 정치 등의 주제에 천착해 왔다. 2009년부터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에 재직하면서 법철학, 법사회학, 영화를 통한 법의 이해, 법학개론, 입법론, 법 고전 입문 등의 과목을 강의했다.

역자 유민석

동국대학교 철학과에서 「혐오 발언에 관한 언어행위론적 연구: 랭턴과 버틀러의 이론을 중심으로」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5·18기념재단의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 프로젝트에 공동 연구원으로 참여했고,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예방·대응 가이드라인 마련 실태 조사’와 2020년 ‘서울시 혐오표현 알림수첩’에 공동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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