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카오톡, 이제는 가벼워져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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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카카오톡, 이제는 가벼워져야 할 때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3.09.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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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산업부 기자
이태민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처음엔 ‘알’을 쓰지 않고도 지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카카오톡을 켜는 게 곤혹스러워요."

최근 만난 대학 후배는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게 마냥 편하지는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순히 수십 통씩 쌓여 있는 대화들에 답장해야 하는 '귀차니즘' 때문만은 아니다. 카카오톡을 켜자마자 광고를 맞닥뜨리고, 불필요한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용량이 점점 무거워진 탓이다.

카카오톡은 2013년 이래로 국민의 절대 다수가 이용하는 메신저로 자리잡고 있다. 서비스 체류 시간 기준 국내 메신저 시장점유율이 98%에 달한다. 스마트폰 유저라면 대체로 다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톡은 기존의 문자 서비스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 그리고 피로감 없이 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카카오는 출시 당시 "누구나 일상의 혁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카오의 '혁신'은 서서히 무너졌다. 2019년 배너 광고인 '비즈보드'를 시작으로 2년여 만에 '익스펜더블 동영상 광고'를 도입하면서다. "카카오톡은 유료화를 할 계획이 전혀 없다. 광고 넣을 공간도 없고, 쿨하지도 예쁘지도 않다"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최근에는 메신저를 넘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의 확장성을 노리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24시간이 지나면 게시글이 사라지는 '펑'을 도입했다. 이는 인스타그램이 2016년 도입한 '스토리' 기능과 유사하다. 오픈채팅, 말풍선 공감 버튼, 쇼핑·선물하기 등 생소한 기능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다양한 소통 기능을 도입해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림으로써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비례하게 휴대폰에서 카카오톡이 차지하는 기본 용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데이트 소식도 어느새부턴가 반갑지 않게 됐다. "메신저 기능만을 탑재한 라이트(lite) 버전을 출시해 달라"는 건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미 '오래된 요구'로 자리잡았다.

카카오도 이러한 여론을 인식한 듯 '채팅창 조용히 나가기', '전화번호로 친구 추가 허용' 기능을 추가하는 등 ‘카톡이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화량이 많아진 데 따른 이용자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계속해서 고민·추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면 상단에 버젓이 떠 있는 광고와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따라붙는 불필요한 기능들을 보자면 카카오의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겠다던 초심을 잃어버린 카카오의 현주소를 보고 있자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뭐든 지나친 건 아니함만 못한 법이다. 카카오가 이용자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선 '기술 고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군더더기'를 떼어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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