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시 꺼내보는 이건희 회장의 '뒷다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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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시 꺼내보는 이건희 회장의 '뒷다리론'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3.09.04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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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현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회사 조직 내에서 남의 뒷다리를 잡고 있지는 않은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남의 뒷다리를 잡기가 더 수월하다. 자신이 쥐고 있었던 것을 놓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사람마다 개성, 속도를 감안해 회사에 기여도가 다를 수 있음을 언급했다. 단 '남(내적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사람, 앞서가는 사람, 잘하는 사람)'의 뒷다리를 잡지 말라고 했다. 이것이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에 이은 그 유명한 '뒷다리론'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재 삼성의 조직문화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며 이를 차용하기도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선 '파워 해러스먼트(POWER HARASSMENT)'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했다. 윗사람이 권력을 악용해 아랫사람을 괴롭힌다는 뜻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여전히 많은 조직에서 '엄석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며 "문제가 발생했는데 외부에 알려지면 시끄워질까봐 문제를 덮고도 있다"고 했다. 이어 "조직이 투명하고 조직문화가 건강하면 엄석대같은 사람은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썩은 사과(Bad Apples)'의 사전적 뜻도 간과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는 함께 보관하면 다른 과일을 썩게 만드는 사과의 특성처럼 조직 사회에서 조직을 망치는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 뒷말이 더 의미심장하다. “썩은 사과는 경쟁심이 강하고 능력이 뛰어나므로 상사는 썩은 사과를 다른 직원들로부터 보호하기 쉽다. 이 경우 상사는 성과만으로 직원을 판단해 썩은 사과를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인재라고 생각한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출입처의 동향과 인사, 조직개편, 사업‧정무적 판단, 조직문화 등을 들여다보게 된다.

당신들의 조직은 안녕한가. 건강한가. 열심히 조직에 기여해온 실력자가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지는 않은가. 그걸 지적받아 걸러질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고는 있는가.

한편으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계속 일이 몰리고, '월급 루팡'은 계속 루팡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때론 본인의 자격지심을 감추기 위해 치유하기 위해 남 탓을 습관화하고 타인을 비판하며 만족해 한다.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 그리고 그들에 붙어 최종책임자의 눈과 귀를 막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은지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출입하는 제3자의 눈엔 보인다. 내부 구성원들도 이미 안다. 최종 책임자가 알면서도 묵인할 수도 있다. 현재로선 그게 최선이라고 자위하면서다.

그러는 동안 조직은 점점 병들어간다. 가랑비 옷 젖듯 서서히 추락한다. 큰 조직일수록 변화가 힘들다. 덩치가 크면 움직임이 둔하기가 쉽다. 자정 능력이 없는 조직은 서서히 병들어간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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