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환경규제 대응 비용 거래업체에 전가하는 행위 지적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레미콘업계가 시멘트사의 연이은 가격 인상 행렬에 좌절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표시멘트와 한라시멘트까지 업계의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며, 주요 수요처인 레미콘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쌍용C&E,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등 주요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아세아시멘트는 현재 인상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시멘트 가격을 t당 각각 14.1%, 14.3%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일·한일현대시멘트도 12.8% 인상을 단행했다. 삼표시멘트와 한라시멘트도 각각 12.9%, 12.8% 인상을 발표했다. 사실상 시멘트 가격은 t당 12만원에 육박한다.
이러한 행보에 건설 및 레미콘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인상안에는 불만을 공론화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경설비개선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올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기존 업체들의 반발이 커졌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연탄 가격이 급락했고, 2분기 기준 대부분의 시멘트업체들은 영업이익 타격이 사실상 없었다”면서 “단순히 정부의 규제가 강화돼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격을 올린다는 점은 아무런 잘못 없는 거래업체에게 피해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가격 협상 중재에 나섰지만, 4개 업체는 정부의 개입 이후에 가격 인상을 통보했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중재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서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스탠스는 그간 제도적 수혜를 누린 시멘트업계의 주장만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멘트업계는 환경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련 규제 강화로 추가적인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멘트업계는 오는 2027년까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질소산화물(NOx) 배출 저감을 위해 최대 2조원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레미콘업계의 고충은 매년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통상 레미콘업계는 건설업계와 단가 협상을 연간 1회 진행한다. 레미콘업체들의 원자재 가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탈출구는 건설사와의 가격 협상뿐이다. 연간 인상된 시멘트값은 사실상 이듬해 협상에서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는 2회에 걸쳐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레미콘업계의 부담이 가중됐다.
현재 레미콘업계에서는 더 이상 시멘트사의 스탠스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세아시멘트가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결국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정부가 개입하려면 최소한 시멘트업계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기 이전인 2분기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인 피해는 어느 업계가 높은지 따져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다른 건자재의 가격이 다 올랐지만, 시멘트만 오르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모르겠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건자재는 원자재 및 인건비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인상했지만, 시멘트사는 폐기물 활용 이후 강화된 규제 대응 비용을 관련 업계 전가하는 상황이다. 그간 제조 과정 속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련 타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았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사의 2분기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대부분 안정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연초에 가격을 올린 결과물”이라며 “폐기물 활용으로부터 비롯된 환경규제 강화에 대해 그저 정부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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