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중·삼중고에 멍드는 유통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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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중·삼중고에 멍드는 유통街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3.08.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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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유통업계 전반에 널리 퍼진 부진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엔데믹 전환에 즐거운 비명보다 곡소리만 내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오프라인 주요 유통업체 25곳의 매출은 85조4000억원 규모로 작년 동기 대비 5.7% 성장했다. 온라인 매출은 7.2%, 오프라인 매출은 4.3% 각각 올랐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증가폭은 줄곧 둔화세를 나타냈다. 상반기 전체 매출 증감률은 2021년 12.1%에서 지난해 9.3%로 떨어졌고, 올해 5.7%까지 하락했다.

소매유통 체감경기는 비관론에 무게가 기울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망치가 77로 집계됐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축소되면서 소비가 다시 회복되기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외식·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얇아진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위한 유통업계의 고심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계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7월 6.8%를 찍은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시기인 2009년 1~7월 4.2%과 비교해도 높다.

이에 정부는 서민 물가 안정 차원으로 연일 유통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 나온다. 기업의 고통 분담은 단기 처방 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과도한 관치는 결국 반감과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우려에서다. 인건비·임대료·운영비 등 고정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언제가 됐든 기업들이 제품 인상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유통업계는 시장 다변화, 비용 효율화 등을 내세워 반등을 위한 몸부림을 치는 모양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중국 정부가 6년 넘게 중단해온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것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맞물린 황금연휴(9월29일~10월6일)를 시작으로 중국인 방한객수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도 관련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격변하는 트렌드와 변수 속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변곡점을 맞주한 만큼, 혁신과 변화를 통해 대내외적 악재를 딛고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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