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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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고 싶다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3.04.16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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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정경부 차장
조현정 정경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7%를 기록하며 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3주차(29%) 이후 5개월 만이다. 2월 4주차 37% 고점을 찍은 이후 10%포인트가 한달여 만에 떨어졌다. 이는 2016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기록한 26%와 비슷한 수치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당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박 대통령이 탄핵되기 직전이었다. '수치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로 쉽게 넘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번 지지율 하락은 미국 정보당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응하는 태도가 국민을 실망하게 한 이유가 크다. 부정 평가 이유로 '외교'가 28%를 차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보통 보수층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30%로 보는 경향에 비춰보면 지지층마저 이번 대응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와 달리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2년 차인 만큼 복원력이 작동하면서 30%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성과를 낸다면 반등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남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은 지지율 만회를 위해 더욱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며 노조에 대한 회계 감사 강화 등으로 노동 개혁을 밀어 붙이며 지지율 상승세의 단맛을 느낀 경험이 있다.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야당이 주도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고, 취임 1년이 되도록 최장 기간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 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 친윤 일색의 여당 지도부는 전광훈 목사와 선을 긋는 대신 쓴소리가 듣기 싫다며 홍준표 대구시장의 상임고문직을 해촉했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 더 강하고 거친 정치적 수를 둘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국민이다. 윤 대통령이 보여주는 모습은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기 부족하다. 횟집에서 술을 마시고 도열한 장관과 지방자치 단체장들로부터 인사를 받는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에게 국민의 바닥 민심을 알려야 하는 여당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에 질 경우 대통령 레임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보수층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김기현 대표가 이번주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이유도 이러한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 대신 한정된 지지층 안으로만 들어가려는 여당의 행태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거친 모습도, 지지층 챙기기도 아닌 '정치적 효능감'이다. 21대 총선에서 국민들이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이라는 의석을 안긴 이유는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처 능력을 높이 산 데 있다. 정부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선의 노력을 통해 국민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 '밥 한 공기 다 먹기'가 아닌 국민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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