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에 난항 겪는 ‘강북2구역’…악재 이겨낼까

‘상업지-준주거지’ 이해충돌로 장기간 사업 표류 ‘정비구역 해제’ 주장 갈등…“사업 속도 높여야”

2020-11-24     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일부 사업지가 내홍에 휩싸였다. 개발 자체를 반대하거나 민간재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하면서다. 몇몇 사업지는 개발을 반대하는 여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정비업계 전문가는 “사업이 표류할수록 주민만 손해”라고 강조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강북2구역은 지난 4일 마감한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참여했다. 하지만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이 적지 않아 선정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강북2구역은 20년도 더 전인 1998년 ‘미아삼거리역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2005년 미아균형발전촉진지구 개발기본계획 확정을 거쳐 2009년 강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를 받아냈다.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보였던 강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이때부터 표류하기 시작했다. 먼저 문화집회시설 기부채납 비율이 과다해 시공사 입찰이 세 차례나 유찰됐다.

상업지구와 준주거지역이 섞인 사업지 특성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강북2구역은 사업지를 가로지르는 월계로3길을 기준으로 동쪽은 준주거지역, 서쪽은 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특히 서쪽 상업지역은 미아사거리 대로변과 맞닿아 있어 굳이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준주거지역의 상황은 열악하다. 지난 23일 오후 방문한 강북2구역은 초입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건축행위가 제한되고 시간이 제법 흐른 까닭에 대로변과는 달리 인적도 드물었다.

이날 만난 주민 A씨는 “미아사거리 인근도 동대문구 청량리역이나 강동구 천호동처럼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한 지역인데 사업이 수십년째 표류하고 있다”며 “이러다가 영영 정비를 못 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고 귀띔했다.

지난해에는 토지 등 소유자 70명 중 38명이 정비구역 직권해제 요청서를 강북구에 접수하기도 했다. 다만 공람 결과 구역 해제를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아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질 않고 있다.

주민 B씨는 “개발을 반대하는 상가 소유주들이 정비구역만 해제되면 땅값이 두 배는 오를 것이라며 정비구역 해제에 힘을 보태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며 “상가 소유주들의 설명을 믿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상가 측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비구역이 해제되면 상업지역의 경우 지가가 오르는 추세지만 준주거지역이나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지가가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도 “주택시장 추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정비구역이 해제될 경우 준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은 지가가 하락세를 보인다”며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한 설명”이라고 지적했다.

정비구역 해제 전후 지가 추이는 강북2구역과 마찬가지로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동대문구 용두3구역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용두3구역은 지난 2013년 정비구역이 해제된 후 올해 공공재개발 공모에 참여했다.

용두3구역 내 대지지분 39㎡ 단독주택은 2007년 1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구역 해제 후인 2017년에는 1억5800만원에 거래됐다. 10년 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가격이 사실상 반토막난 셈이다. 대지지분 38.7㎡ 단독주택도 2009년 1억6200만원에 거래됐지만 2016년에는 1억6100만원에 거래됐다.

용두3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2013년 일부 주민이 정비구역을 해제하면 지가가 더 오른다는 주장에 정비구역을 해제했지만 지가는 거의 변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며 “아직 일부 반대 의견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주민이 개발에 찬성하고 있다. 공공재개발 등 개발을 지지하는 주민이 과반 이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