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퇴출 동참’ 요구…‘제2의 사드 사태’ 엄습

‘제2의 사드(THAAD) 사태’ 우려 부상…한 주간 주식시장 중국 소비株 시총 2조6000억원 증발 전문가, “화웨이 퇴출 동참할 경우 中 보복 가능성 높다” 경계

2019-05-26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미국이 우리나라에 ‘화웨이 퇴출 동참’을 요구한 가운데 ‘제2의 사드(THAAD) 사태’ 우려가 부상하면서 최근 1주일간 중국 소비 관련 주식의 시가총액이 2조6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주 간 화장품 등 중국 소비 관련 주요 17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8.16%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은 2조5848억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토니모리(-19.83%), 에이블씨엔씨(-9.46%), 아모레퍼시픽(-9.37%), 한국화장품제조(-8.98%) 등 화장품 관련 종목의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또 ‘MLB’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패션의류업체 F&F 주가도 14.53% 급락했다.이 밖에 모두투어(-5.94%), 하나투어(-5.78%), 파라다이스(-5.41%) 등 관광·카지노 종목과 호텔신라(-5.02%) 등 면세점주도 5% 이상 떨어졌다.

이 기간 코스피는 0.51%, 코스닥은 3.37% 각각 내린 점에 비춰볼 때 이들 종목의 낙폭은 두드러졌다. 중국 소비주의 급락세는 미국 정부가 사실상 한국에 대해서도 ‘화웨이 퇴출’ 동참을 요구해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요구에 응할 경우 과거 사드 배치 당시 중국의 ‘한한령’과 같은 대규모 경제 보복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가 화웨이 퇴출에 동참할 경우 중국이 우리에게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드 사태 당시 증시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중국 소비주들이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이 당장 극적으로 타결되지는 않더라도 더 이상 강경책을 안 쓰고 협상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시장 우려가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2016년 7월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이후 11월 초까지 약 넉 달간 주요 중국 소비주 1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13조5870억원(22.0%)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