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최순실이 금배지를 달았다면

2019-01-24     송병형 기자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손혜원 의원의 목포 기자간담회 하루 만에 손 의원 페이스북에 ‘후원금 1억5000만원 한도를 나흘 만에 모두 채웠다’는 글이 올라왔다. 손 의원은 “여러분들의 뜻 감사히 간직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 눈 하나 깜빡 않고 악다구니로 싸우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저를 울게 만드신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후원금 모금에는 1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후원금이라는 수단을 통해 ‘손 의원에게 잘못이 없다’고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같은 날 제1야당 대표의 입에서는 정반대의 평가가 나왔다. ‘금배지를 단 최순실 아니냐’는 평가다. 김병준 위원장은 “최순실 사건을 겪으며 국가권력은 결코 개인의 사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정신과 원칙을 이야기했다. 국민 공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 의원은 민주공화정의 적이 돼 가고 있다”고 했다. ‘권력의 사유화’라는 점에서 ‘자연인 최순실’과 ‘국회의원 손혜원’의 행위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말인 듯하다.

사실 ‘금배지를 단 최순실’이라는 말은 김 위원장의 순수 창작물이 아니다. 이미 SNS상에서 ‘손순실(손혜원+최순실)’이라는 말이 나돈 지 한참 됐다. 사람들은 손 의원이 ‘국회의원 손혜원’이 아닌 ‘자연인 손혜원’이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또는 최씨가 ‘자연인 최순실’이 아닌 ‘국회의원 최순실’로서 같은 일을 벌였다면 어찌 됐을까 상상하며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다만 ‘자연인 손혜원’에 대한 상상은 꽤 위험한 부분이 많다. 손 의원에게 ‘국회의원의 힘’이 없었다면 ‘영부인의 후광’을 이용했을 것인가 하는 상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최순실’에 대한 상상만을 해 본다.

최씨가 금배지를 달았다면 일단 행적이 노출되는 ‘공인’ 신분이니 손 의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야당과 언론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제지가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의 관계 때문에 손 의원이 정권의 핵심 의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민정이 나서서 정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부인과 특수관계인(절친)이라는 이유로 현역 국회의원을 감찰하면 그 자체를 두고 대단한 월권이라고 비판을 하실 것이다. 민정은 법적으로나 관행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현역 국회의원을 감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고 한다.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조차 ‘합법적으로’ 손을 놓은 걸 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감히 ‘대통령의 절친’인 최 의원을 감찰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최 의원 주변에서 최 의원에게 ‘이익충돌’을 경고하며 “자제하라”는 충고의 말을 건넸을까.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손 의원은 2017년 대선 때부터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포 투자를 알렸지만, 모두들 손 의원의 ‘선의’와 ‘희생’을 띄워주기 바빴다고 한다. 심지어 동료 의원들이나 방송인 등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실정법에 대해 알만큼 아는 사람조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손 의원에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비호할 정도였다. 주변 누구도 충고 한 마디, 경고 한 마디 해 주는 사람이 없었으니 손 의원이 그토록 자신만만했는지 모르겠다. 과연 최 의원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었을까. 상상컨대 금도를 충언하는 이보다는 선행으로 포장할만한 대외용 명분을 지어내 바칠 이가 주변을 채우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스스로 지어내거나 남몰래 은밀히 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