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정규직 없애야 나라가 산다

2018-01-02     박효길 기자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조선일보가 2일 단독기사로 ‘헌법도 좌향좌 비정규직 폐지까지 넣었다’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가 1일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고 정리해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노조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좌편향적 내용의 헌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전 세계적 추세인 ‘노동 시장 유연화’와는 역행하는 내용을 헌법에 담은 것”이라며 “자문위는 또 헌법 전문 등에서 국가체제의 근간을 이루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도 빼거나 수정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노동 시장 유연화는 전 산업에 걸쳐 노동조합이 확립된 독일에서 시작됐다. 너무 경직된 노동문화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경영난을 가중시켰기 때문에 노동계와 경영계가 대타협을 해서 탄생한 게 노동 시장 유연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 유연화가 한국에서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더 유연해질 노동이 있는가 말이다. 현대차 등 대기업을 빼면 상당수 기업에 노조가 없거나 있어도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노동 유연화를 하라고? 막다른 노동자를 궁지로 내몰고 자유경쟁에 내던져진 노동자는 더 낮은 임금에도 감수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한겨레신문은 며칠 전 한 기사에 ‘77만원 세대’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 몇 년 만에 20대 저임금 청년가구를 대표하는 단어 88만원 세대가 77만원 세대로 전락한 것이다.

기성세대는 이런 젊은이에게 어떠한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가. 세계에서 노동 유연화가 유행이니 77만원 월급도 감지덕지하란 말인가.

사실 비정규직의 원산지인 일본도 몇 년 전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일본경제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실업률은 2017년 6~8월 3개월 연속 2.8%의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구인자 수 대비 구직자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2017년 5월 이후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8월에는 1.51배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중심의 임금 증가가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 부문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2015년 3/4분기부터 플러스로 전환되어 2017년 2/4분기까지 8분기 연속 플러스로 나타났다.

일본의 근로자세대 실질 가계소비지수는 2017년 1/4분기 100.8, 2/4분기 98.8을 기록, 이는 2016년 1/4분기 100.6, 2/4분기 98.0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결국 제조업 중심의 임금 증가가 소비를 일으키고 일본 내수 경기가 살아나면서 일본이 투자에 나서면서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노동 유연화를 통해서 노동자를 궁핍하게 만들면 누가 기업의 물건을 사고 기업은 어떻게 돈을 벌어 투자를 하겠느냐는 것을 최근 일본이 증명해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