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진구, 건설사 '대박아파트' 위해 주민불편 내팽개쳐

부산진구 관계자 “그때 일은 합법적이었을 것”…모두 발뺌

2017-08-17     강세민 기자

[매일일보 강세민 기자] "우리 동네로 가는 도로가 없어지고 난 뒤에는 위급상황이 생기면 인근(연제구) 소방서에서 출동하는 것이 더 빠른 지경이 됐다. 이러고도 공무원들은 버젓히 고개를 들고 다니며 우리들 세금으로 월급 받으며 산다.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부산진구 범전동에서 40년을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인터뷰 내내 몸을 떨며 말을 이어 갔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도로가 없어졌고 대형 아파트가 올라가더라. 꿈도 이런 꿈이없다. 문제는 이건 현실이다는 점"이라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부산 도심 한가운데에서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이용했던 도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당 도로는 신축아파트 공사 부지에 편입됐고, 이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인 부산진구청이 주민공청회나 일정기간 고지도 없이 도로를 용도 폐지하고 매각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없어진 도로는 ㈜삼한종합건설이 건설 중인 '골든뷰아파트' 내에 있는 '범전로 10번길'이다. 

해당 아파트가 사업승인을 받은 건 지난 2007년 11월 23일이다. 승인 당시 사업주체는 (주)삼한종합건설이 아닌 박모 씨가 대표로 있던 ㈜이범으로 사업승인에 앞서 그해 9월 12일 부산진구 재무과 협의회신을 통해 도로의 용도 폐지가 결정됐다.

주민들이 수 십년을 이용하던 도로가 신축아파트 부지에 포함되어 사라진 것이다.

부산진구의회 배용준(더불어민주당)의원에 따르면 해당 지자체인 부산진구가 고지도 없이 도로를 용도 폐지했다는 점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지자체가 주민여론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도로를 없앤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또한 당시 해당도로가 지나치게 헐값에 매각됐다는 점이다. 국가재산인 범전로10번길 700㎡를 용도 폐지한 부산진구청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매각 처분을 넘겼고, 캠코는 다시 2015년 삼한에다 5억 원에 매각했다. 매각이 이뤄진 바로 이듬해인 2016년 공시지가는 무려 10배 가까이 올랐다. 

주민 A모 씨는 "부산진구청이 건설업자를 위해서 한 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부산진구청은 주민은 없고 오로지 건설업자만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집으로 가는 길이 무려 2.5㎞를 돌아 돌아 가야되는 실정이다"며, "차가 막히는 교통의 중심지라서 1-2분이면 갈 길을 20분 넘게 걸리기가 일상이다"고 한숨 쉬었다. 

한편, 2007년 당시 구청의 이 같은 행정을 견재해야 할 부산진구의회도 이 같은 문제점에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도 문제이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결과, 부산진구의회 의원 분포는 모두 17명 의원중에 16명이 한나라당 의원이었고, 박수용(한나라당) 의원이 전반기 의장을 맡았다. 구청장은 당시 하계열 구청장이 처음 당선되어 구정을 이끌던 시기였다.

최근 들어 지방의회 지형이 달라지며 진구의회가 진구청에게 당시 해당 사항 등에 대해 물었지만 구청장을 비롯한 모든 관련 공무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부산진구의회 정상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제273차 본회의에서 해당 도로의 폐지와 관련한 민원에 대해 거론했으나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은 "소상히 잘 모르니까 서면으로 답하겠다"면서 즉답을 회피한 이후 결국 서면답변마저 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재무과에 근무하며 도로 매각의 실무을 담당하던 관계자도 "1년 전 일도 가물가물하다"며,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주민 불편 사항 모두를 고려한 정당한 집행이었을 것이다"며 모르쇠로 책임을 피해갔다.

부산진구의회 배용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주)삼한종합건설이 짓고있는 '골든뷰 센트럴파크'는 부산 주상복합아파트 가운데 네 번째로 높고, 평당 1,231만원으로 분양한 결과, 1순위 청약에만 5만명이 넘게 몰려 소위 대박을 친 곳이다"며, "과연 도로가 아파트 중간을 가로 질러 있었으면 이런 대박이 났겠냐"고 되물으며 "주민불편을 건설사의 이익과 맞바꾼 사건으로 철저하게 파헤쳐 주민 불편을 최소화 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