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비정규직 제로’ 바로미터된 기간제 교사

2017-07-24     이상민 기자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이를 놓고 후폭풍이 만만찮다.

논란이 가장 뜨거운 곳은 교육계다. 이번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5만명이 넘는 기간제 교사들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 강사 등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제외한 것은 타 법령에서 계약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는 인력이라는 이유에서다. 4만6000여명에 달하는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영어회화 등 강사 8000여명은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들은 정규 교사의 휴직 등으로 공석이 생기면 해당 학교와 그때그때 임용계약을 맺는다.

문제는 기간제 교사들이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가장 부합되는 비정규직 근로자라는 점이다. 1997년 기간제 교원제도 도입 이후 이들은 정규 교사들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해왔음에도 고용불안과 임금차별을 감수해야 했다. 방학 때 월급을 주지 않기 위해 방학 전 계약을 종료하고 개학 후 다시 계약을 체결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점만 본다면 이번 조치에 기간제 교사들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 같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정규 교사들과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정규 교사와 같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이번 가이드라인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불합리하다는 기간제 교사들의 목소리가 일견 타당해보이지만 ‘임용고시’라는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 교단에 선 교사들에 대한 역차별을 막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조치가 타당하다고 맞서는 정규직 교사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타당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 교사들은 임용고시를 거친 교사들에 대한 형평성을 들어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만약 기간제 교사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지난 5월 기준으로 4399명에 달하는 임용고시 합격 뒤 발령 대기자들의 불만이 폭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중에는 길게는 1년 넘게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예비 교사들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며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다. 해마다 수십대1의 경쟁률을 보이는 임용고시를 어렵게 뚫어야 하는 이들은 만약 합격을 하더라도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으로 신규 임용 교원 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높기 만한 교사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도 기간제 교사들의 부당한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이들의 정규직화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사 임용 체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19만100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육계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전체 교사의 10% 수준인 5만여명이니,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4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사인 셈이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간제 교사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을 넘겨 받은 교육당국이 형평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