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想] 새로운 출발선에 선 당신에게

2016-05-31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4·13 총선의 결과로 태어난 20대 국회가 5월 30일부터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앞으로 4년간 300명의 국회의원 모두가 개별 헌법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특히 처음 국회의원 뱃지를 단 초선의원들에게는 더 큰 응원을 보내고 싶다.

1997년 대선을 통해 사상 첫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2년여 뒤인 2000년의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여소야대’ 결과를 낳은 이번 총선은 당선자 중에 초선의원 비율이 16대 이후 가장 낮다는 점도 중요 특징으로 꼽힌다고 한다.

절반에 가까운 숫자인 ‘44%’가 가장 낮다는 이야기에 조금 놀라서 역대 초선의원 비율을 다시 들여다보았더니 16대가 40.17%, 17대 62.5%, 18대 44.8%, 19대 49.3%로 꾸준히 전체의원의 절반가량은 ‘초선’이었다.

대한민국이 매 선거 때마다 얼마나 많은 ‘물갈이’를 해왔는지 새삼 실감케 하는 지표이면서 동시에 “긴장된 어깨에 힘이 빠질 때쯤이면 끝나는 것이 초선 임기”라는 여의도 속담(?)을 떠올리게 되면서 그동안 국회의 기능이 과연 제대로 작동해왔는지 의문이 생겼다.

식물국회니 무능국회니 하면서 매번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물갈이’ 바람을 불러왔던 정치권의 지리멸렬함에 대한 국민 불만의 근본 원인이 어쩌면 ‘물갈이’ 그 자체에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다시 꼬리를 물었다. 

국방위의 김광진이나 환노위의 장하나 등 19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벌였던 비례대표 초선들이 20대 총선에는 아예 당의 후보로 나서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국회의원이 국회일을 잘하는 것과 재선 가능성 사이에는 딱히 연관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던 차이기도 했다.

지난해 이맘때, ‘국민예능’ 무한도전은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황광희군을 정식 멤버로 받아들였다.

당시 식스맨 최종후보 5명 중 자진하차한 개그맨 장동민을 제외하면, 개인 기획 아이템이 유일하게 ‘예능’으로서 모양새와 재미를 갖춘 것이 그였기에 기존 멤버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였다. 

하지만 광희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프로그램의 열렬한 팬들과 다른 후보자 팬들이 쏟아낸 비난 때문인지 위축된 듯한 시선과 표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매회차 비중이 점점 줄어들면서도 그를 향해 “무능하다”는 악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물론 광희가 춤도 노래도 연기도 모두 요즘 아이돌들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실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1년째 이어진 장수 프로그램이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자 한국형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시초라는 무거운 타이틀에 가려져 있는 ‘무한도전’의 초심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남자들의 도전기’였다. 

평균 이하 남자들이 꾸준히 10여년째 도전을 하다보니 못하는 게 없는 베테랑이 되어있는데, 새로운 평균이하의 남자가 합류했다면 그를 응원하고 지켜볼 일이지 왜 다른 멤버처럼 못하냐고 닥달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

누가 처음 시작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TV에서는 가끔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하란 말이야”라는 독설이 흘러나온다. 

그럴 때마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시스템이 부재한 이 대한민국 사회를 떠올리게 되면서 욕지기가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라 쓴 입맛을 다시게 된다. 

필자가 신입 기자와 대화할 기회가 있을 때 꼭 하는 이야기는 “취재든 글쓰기든 너희들이 못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는 말이다. ‘잘 하는 것’은 꾸준한 노력과 세월이 쌓여야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의 미숙함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격려이다.

지금 처음 가보는 길 위에 서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누구이고 어떤 꿈을 꾸며 어떤 지점에서 반응하는지’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무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심장이 떨렸던 대상이 뭔지 잊지 말고 절대 지치지 않는 것. 출발선의 당신들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