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이비 언론 논쟁, 美 프로야구가 답이다

2015-07-03     황동진

[매일일보] “메이저 매체 몇 곳에 제보를 했지만 단 한 곳만이 취재해갔다. 그 매체 기자는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절대 다른 언론사와 접촉하지 말것을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기사가)나오지 않았는데, 이후 취재를 해간 기자와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 이유를 물어보니 윗선에서 내보내지 말라 했다고 한다.”

몇 해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 H사와 도급 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던 중 일방적 계약 파기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해당 중소기업은 대법원까지 가는 지리멸렬한 공방 끝에 최종 승소했지만, 그 사이 회사는 부도가 났다.

승소 후 대표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자님이 계속해서 취재해 준 덕분에 승소하게 됐다. 밥 한끼 사고 싶다.”

기실 의도적으로 도와주려고 한 건 없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대기업 H사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판단이 들었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당시 내가 속한 매체는 네이버 검색제휴 조차 안된 마이너 매체여서 판결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도움이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1일 한국광고주협회가 발표한 ‘2015 유사언론 행위 피해실태 조사결과’를 두고 본질은 놔둔 채 주변만 핥는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광고주협회는 한국리서치에 조사를 의뢰해 소속 회원사 100곳의 답변을 취합한 결과 유사언론 행위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특정 무가지신문을 지목했다.

해당 매체는 즉각 반발, 오히려 광고주협회가 조사기관의 결과를 왜곡했다며 대기업 중심의 단체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양상은 광고주협회의 자료와 주장을 대변하는 조·중·동 등을 필두로 한 메이저 매체 세력과 무가지신문이 주축이 된 인터넷신문과 미디어지 등 군소 마이너 매체 세력 간의 힘겨루기로 확산되고 있다. 겉만 보자면 주류 언론과 비주류 언론 간 대결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새로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을 메이저 매체가 중심이 된 유수 언론 단체에 제안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포털은 먼 산 불구경이다. 공짜 뉴스로 이득은 취해놓고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어뷰징’과 ‘사이비언론’ 척결에 대한 문제에 대해선 이제 니들끼리(언론끼리) 싸워서 답을 찾으란 식이다.
 
한술 더 떠 정부와 기업에 모든 기사에 대한 반박댓글(오피셜 댓글)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이미 다음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더 이상 자본과 정치권력에 용감히 맞설 수 있는 언론은 나올 수 없을 듯하다.

현재 우리 언론은 기로에 서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축소된 시장 파이를 좀 더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만 벌이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제 정부-언론-기업 그리고 포털은 한계에 다다른 언론 시장에서만 답을 찾지 말고 다른 시장에서 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미국 프로야구 시장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도 있겠다. 미국 프로야구는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뉘지만 어느 쪽이든 흥행과 쪽박의 사이에서 관객의 평가를 존중한다.

구단주는 스폰서와 선수, 운동장을 두루 살피며 무엇보다 관객을 위해 노력한다. 스폰서는 냉철한 투자를 통한 구단과 선수를 육성, 발굴하며 선수는 언제든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갈 각오로 뛴다. 운동장은 언제나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조명, 잔디, 좌석, 볼거리 등 최상의 환경을 조성한다.

구단주를 정부, 스폰서는 기업, 선수는 언론, 운동장은 포털, 관객은 국민이라 가정할 때 어느 한쪽도 모자람이 없을 때 비로소 흥행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