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자들의 반란, 3대 의혹 밝혀라!

지원비 회계부정, 핵심 연구원 등 조사해 진실 가려야

2005-12-24     김상영 기자
"배아줄기세포 논문은 고의적 조작이다".
난자 185개로부터 11개의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를 확립하였다고 보고한 2005년 <사이언스>논문의 진위에 대해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이같이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황우석 교수팀은 체세포복제를 통해 만들었다고 하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는 논문에서는 11개로 보고하였으나, 논문이 투고될 시점인 3월 15일에는 2개만 존재하고 있었다”면서 논문의 고의적 조작에 황 교수가 직접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원들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하고 황 교수 자신도 이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그 동안의 황 교수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로 황 교수는 윤리·도덕적으로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서울대의 논문 검증에 대한 발표 이전까지 황 교수는 ‘인위적 실수’라는 모호한 표현을 내세워 논문 조작 주체나 자신의 연루를 부인해왔다.

‘논문 조작’을 골자로 한 이번 발표로 인해 국내 과학계와 서울대의 이미지는 추락할 수밖에 없게 됐고 치명상을 입은 황 교수도 학자로서 향후 활동 재개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사기극으로 결론이 나면서 황 교수는 물론 그와 함께 줄기세포 논문에 참여했던 연구진의 해체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황 교수측이 변호인을 통해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 김선종 연구원 등을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여전히 새로운 변수의 돌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젊은 고학자들의 반란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는 젊은 과학자들의 힘이 컸다.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보자와 논문의 중대한 오류를 지적한 이들은 모두 20-30대의 과학자들이었다.

지난 11월 22일 MBC <PD수첩>을 통해 ‘황 교수팀, 난자매매 의혹’이 방송된 이후에도 국민들은 황 교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접지 않았다.

오히려 MBC와 PD수첩을 향해 거세게 항의 하는 등 황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이전 보다 더욱 거세게 일었다. 아울러 누군가가 황 교수를 죽이려고 한다는 거대한 음모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국내외의 젊은 과학자들은 <사이언스>지의 줄기세포 논문에 문제가 있다면서 황 교수팀을 몰아세웠다.
특히 국내 20-30대 과학자 단체는 지난 12월 16일에는 황 교수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 황 교수쪽으로 흐르던 여론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이 날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네티즌들이 젊은 과학도들의 글에 공감을 표시하며 황 교수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反황우석 물결은 점점 거세졌고, 서울대는 거대한 여론의 힘에 떠밀려 초강수를 두기에 이른다.

서울대는 모든 줄기세포 연구동을 폐쇄하고 황 교수,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 등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들에 대해 지난 18일 조사에 착수, 6일 만인 23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조작됐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황 교수는 노문 조작 사실을 일부 시인하고 교수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젊은 과학자들은 황 교수 한 사람만이 물러나는 것만으로 줄기세포 파문이 종결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줄기세포 핵심 연구원들에 대한 조사도 촉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연구에 지원된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의 사용처 등도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 UCLA 박사과정 및 박사 후(Post Doctor) 과정을 밟고 있는 소장과학자 4명은 <과학자가 바라 본 이번 사태의 논점>이라는 성명에서 ▲ 황 교수에게 집행된 모든 연구비에 대한 회계감사 실시 ▲ 황 교수 이외 이병천, 강성근, 윤현수, 노성일, 권대기, 김선종에 대한 논문 조작 관여 여부를 파악해 그 사실에 바탕 된 징계 촉구 ▲ 난자 채취와 사용의 불법성 여부 및, 생명윤리법 시행 이후의 불법 난자 채취 여부 조사 등 3가지 의혹에 대해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문제의 핵심은 난자 채취 과정의 윤리성과 논문의 조작 여부이지, 줄기 세포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라며 황 교수의 논문조작을 ‘인위적인 실수’라는 표현으로 교묘하게 빠져 나간 뒤, 논점을 논문의 조작여부가 아닌,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로 덮어버리고, 시간벌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젊은 과학자들은 이번 황우석 사태는 "광복후 60년 동안 쌓아온 한국 과학의 진정성과 자존심이 한 명의 학자에 의해 무너진 것"이며, 이는 "자극적인 과장 기사를 다룬 일부 언론의 기사와, 그 것 들을 교묘히 이용한 황 교수의 언행이 작금의 사태를 낳았다"면서 "한국 과학계가 지니고 있는 모든 부정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내포하는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 징계하여 연구비 유용, 노동력 착취, 윤리 위반, 상명하달식의 도제제도, 주먹구구식의 연구수행 등의 관행이 한국 과학계에서 영원히 뿌리 뽑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한국의 과학은 역사상 유래가 없을 가장 중대한 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만약 황 교수에게 좌지우지 된다면 "한국 과학은 전 세계로부터 외면을 당할 것이며, 앞으로 이 불신을 극복하는데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에 "일벌백계의 차원에서라도 과학의 영역에 황 교수가 다시는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임을 촉구했다.

젊은 과학자들은 "어떠한 결론에 이르게 되던 황 교수는 정치생물학 (political biology) 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장을 연 기회주의적 수의사로 역사속에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수백억이나 되는 연구비를 지원받고도 젊은 석박사 과정의 연구원들에게는 박봉의 연구비를 지급, 착취하는 현실과 병원 이사장, 단순히 논문만 써준 교수,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윤리 자문 교수 등등 정말 터무니없는 저자의 선정에 당혹스러울 뿐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빠진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젊은 과학자들은 "연구에 실질적 기여를 한 연구원들의 이름대신 정치인과 정치적 성향의 새튼 같은 인물을 저자로 삽입했다는 것이 얼마나 황우석 교수가 정치적인 인물인지를 대변"하고 있다며 황 교수의 정치적 성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이하 과학기술인연합)소속의 젊은 과학도들이 지난 12월 21일 황우석 사태를 조작 논문에 의한 과학적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과학기술인연합은 “황 교수 및 공동저자들은 조작 논문을 통해 한국 과학기술계의 신뢰를 추락시켰으며 후학들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끼쳤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과학기술인연합은 황 교수를 비롯한 모든 공동저자들에게 소속 기관과 정부가 합당한 처벌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미 논문 조작 혐의로 세계 과학기술계에서 학문적 사망 선고를 받은 이들에게 국내에서 아량을 베푼다면 한국 과학기술계와 한국 전체의 신뢰는 더욱 크게 추락할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인연합은 관련 기관에 신속하고 명확한 진실 규명과 체계적인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 연구개발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인연합은 또 “이번 사태의 본질이 줄기세포 기술 보유 여부가 아니라 논문 조작임을 다시한번 강조한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수의 전문인력이 줄기세포 기술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줄기세포 기술 보유여부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간의 투자를 통해 기술을 확립,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누구에 의해서라도 재연될 수 있으므로 황 교수를 비롯한 논문 조작자들의 퇴출이 줄기세포 연구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젊은 과학자들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질풍노도와 같은 힘은 결국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던 국내 생명공학계의 판도에 일대 전화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여전히 남는 의문들

하지만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밝혀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재해 있다. 우선 논문의 조작에 가담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황 교수의 ‘원천기술 보유’ 주장의 진위 및 과장 여부를 명확히 가려내야 하는 등의 검증 과정이 남아 있다.

또 미국에 체류하고 있어 위원회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김선종 피츠버그대 연구원 등 일부 핵심 관계자와 협력 연구팀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이 같은 조사 과정이 모두 끝나는 시점에서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황 교수의 주장대로 누군가에 의해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됐다면 결국 ‘황우석 죽이기’ 음모론이 다시 고개를 들게 돼 황 교수의 대반격도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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