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합리적인 분양가’와 분양원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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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합리적인 분양가’와 분양원가 공개
  • 송경남 기자
  • 승인 2018.11.08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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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남 건설사회부장

[매일일보 송경남 기자] 새 아파트가 분양될 때 자주 등장하는 문구 중 하나는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해 주변 시세보다 싸다’는 것이다. 합리(合理)는 ‘이론(理論)이나 이치(理致)에 합당한 또는 그런 것’을 뜻한다. 분양가를 산정할 때 이론이나 이치를 따지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지금의 분양가가 ‘합리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경기도와 서울시에 이어 국토부도 분양원가 공개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김현미 장관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61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할 것이며, 입법예고를 비롯한 절차에 따라 이르면 내년 1월에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행 예상 시기를 밝혔다.

현재 분양원가 중 공개되는 항목은 택지비(3개), 공사비(5개), 간접비(3개), 기타비용(1개) 등 12개다. 하지만 김 장관의 계획대로라면 공개항목에 택지비(택지조성공사비 등 6개), 간접비(기타 사업비성 경비가 포함된 6개), 기본형건축비 가산비용 등이 포함된다. 총액은 공개되지만 상세내역을 알 수 없었기에 ‘원가 부풀리는 수법으로 활용된다'는 의심을 받았던 항목들이다.

분양가 규제는 주택시장 상항에 따라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정부는 1963년 11월 공영주택법 제정, 처음으로 분양가를 규제했다. 그러다 1997년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의 분양가를 자율화하고, 1999년 분양가 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하지만 2000년 들어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2002년과 2003년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은 집값 상승의 원인이 고분양가에 있다며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004년 2월 상암7단지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당시 공기업인 주택공사는 아파트 분양을 통해 40%의 수익을 얻고 있었다. 

이후 2006년 은평뉴타운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분양원가 공개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결국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 모든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및 후분양제 도입을 선언했다. 정부도 곧바로 분양원가 시행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07년 2월 주택법을 개정해 공공주택 61개(민간 7개) 항목을 공개토록 했다. 그러나 2012년 이명박 정부는 공개항목을 12개로 축소했고, 박근혜 정부는 민간부문에 적용했던 분양원가 공개마저 없앴다.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LH나 SH공사 등 공공이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주변 아파트 집값에 낀 거품이 꺼져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논리가 깔려 있다. 하지만 분양원가를 공개해도 집값이 하락한다는 보장이 없고, 건설사들이 수익성 낮은 지역에서 공급을 줄이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9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분양가는 3.3㎡당 2308만원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는 3.3㎡당 5000만원에 육박한다.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가 집값 안정화로 이어질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공개되는 항목이 늘어날수록 분양가 책정이 적정한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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