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4차산업 킬러 콘텐츠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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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4차산업 킬러 콘텐츠는 있나
  • 이근형 기자
  • 승인 2018.11.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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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근형 기자]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몇 년 전부터 기업의 미래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어다. 기업의 홍보성 자료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구가 넘쳐난다. 4차 산업혁명이 선도 기업을 대표하는 어휘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준비는 안 돼 있다고 해도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할 때 자신들도 언급돼야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는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꿀 대전환이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이 인류를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진보, 진화, 혁명은 4차 산업의 시대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꿈으로 그리던 세상을 현실로 만든다. 운전자 없이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리는 차. 그러면서도 사고를 내지 않는 안전한 차.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시대. 필요한 것은 빵이라고 해도 3D 프린터로 바로 찍어내는 시대. 수십 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을 몇 시간 안에 세울 수 있는 기술. 아이디어 하나로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대. 이것이 우리가 꿈꾸고, 실제 현실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체감하기 쉽지 않지만 역사의 큰 파고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변신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기업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킬러 서비스 개발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다. 한국 기업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삼성, LG, SK,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 업체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각자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속을 보면 답답함이 앞선다. 여전히 이전 산업화 시대의 틀에 갇혀 있다. 삼성은 여전히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나 LG 역시 다를 바 없다. 그나마 SK가 콘텐츠 등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지만 여전히 과거에 실패했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중심에 설 수 있느냐다. 비관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발 빠르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인프라의 틀에서 깨어나지 못한 반면, 글로벌 IT 공룡들은 인프라 위에 얹을 콘텐츠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이 차이는 결국 시장의 주류와 비주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도권은 당연히 재화로 돌아온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격언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LTE 시대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의 통신사업자들이 열심히 깔아놓은 정보고속도로 위에서 돈을 쓸어 담은 자들이 누구인가.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이다. 이들은 푼돈 투자만으로 한국 시장에서 수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한국 인터넷콘텐츠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은 아랑곳 하지 않고 버젓이 활보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의 시장지배력은 더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는 어느 새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매체로 자리 잡았다. 10대들의 80~90%가 유튜브에서 정보를 습득한다. 콘텐츠를 소비하고 놀이를 즐긴다. 한국이 깔아놓은 인프라의 주인은 한국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IT 공룡들이다. 식민지 시대에는 제국주의 자본이 인프라를 깔고 대가를 강탈해갔다면, 지금은 이런 절차도 없이 무임승차하고 있다. 이전 시대에 비해 지능화한 것이다.

지금 같다면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습은 뻔하다. 4차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5G 네트워크를 한국이 세계 최초로 시도한다. 하지만 이런 세계 최고의 정보고속도로 위를 달릴 콘텐츠는 지금처럼 구글과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이 될 것이 뻔하다.

한국 기업들이 IT 공룡들에 버금가는 준비를 했다고 해도 경쟁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다국적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각종 장벽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이나 AI, 초고화질 동영상, 게임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콘텐츠가 지금 같은 규제의 울타리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5G 같은 인프라가 아니다. 그 위를 달릴 콘텐츠다. 대한민국이 4차 산업 시대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싶다면 킬러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시작은 콘텐츠 산업을 옭아매고 있는 역차별과 규제부터 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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