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무시" "제왕적 대통령제 그대로" 靑 개헌안에 야당 일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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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무시" "제왕적 대통령제 그대로" 靑 개헌안에 야당 일제 반발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8.03.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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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대통령 개헌안은 독선이고 독재"... 바른미래 "임기 8년의 제왕적 대통령제"... 민평당 "대통령에 국회 들러리 못서"... 정의당 "국회의 총리 추천권 등 도입해야"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헌법특위)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안 초안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이 헌법특위로부터 받은 초안을 토대로 오는 21일께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개헌안 발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헌법특위)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안 초안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이 헌법특위로부터 받은 초안을 토대로 오는 21일께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개헌안 발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여당은 개헌에 대한 야권의 초당적 협조를 촉구하고 있지만, 야권은 국회 주도의 개헌안 발의를 주장하면서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그동안 비교적 우호적이던 야당마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개헌안이 윤곽을 드러낸 이상 국회 주도의 개헌도 진일보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야당의 초당적인 협력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번 주가 여야의 입장을 교환하고 이해의 폭을 좁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권력구조,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임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당인 민주당은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임박하자 야권의 협조가 절실해졌다.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의결정족수 3분의 2이상이 확보돼야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현재 116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설득해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의 개헌 드라이브에 한국당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까지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여당인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더라도 개헌안 국민투표 부의조차 힘들 전망이다. 야당들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아예 날짜를 못 박아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대국민 기만쇼'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 개헌안 발의를 "사실상 국민 개헌을 무산시키고자 하는 술책"이라며 "국회가 자체 개헌 논의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그 중간에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은 국민 개헌을 걷어차는 폭압이고, 대국민 기만쇼에 불과하다"고 했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도 "개헌이라는 부분을 좀 더 슬기롭게 하자는 것을 (청와대가) 안 받아들이고 그냥 (대통령 개헌안 발의로) 가면 결국 독선이고 독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청와대 주도의 개헌은 여당을 청와대의 거수기로밖에 안 보는 것이고, 야당을 철저히 무시하는 제왕적 통치 방식 그 자체"라며 "개헌은 청와대가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 야당과 합의 없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와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합당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제왕적 대통령제의 근간을 유지한 채 임기만 8년으로 늘리겠다는 것을 시대착오적이다. 국회주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청산,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라는 3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개헌안 협상은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민주평화당마저 등을 돌렸다. 민평당은 대통령 개헌안이 21일 발의되는 것과 관련 '대통령 개헌안에 국회가 들러리를 서는 식으로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역시 대통령 개헌안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권은 헌법상 권한이 맞지만, 현재 국회 구도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다면 그대로 국회를 쪼개버리고 말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3분의 2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개헌안 국민투표를 부의조차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상정 의원이 제안한 대로 국회의 총리 추천권을 도입하고,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예산안 편성권 등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야당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야당 반발의 핵심은 개헌 주도권 외에 대통령 개헌안 자체에도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헌법특위로부터 보고받은 개헌안 초안에는 '제왕적 대통령 권한 축소'와 관련 야당 측 요구사항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헌법특위 개헌안 초안에는 지방분권 및 국민 기본권 강화를 위해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할 권리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담고 있다. 또 정부형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했다. 야당이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해 주장하는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권 보장'이나 '각종 권력기관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 제한' 등의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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