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월 10일 한미정상 전화통화
상태바
[데스크칼럼] 1월 10일 한미정상 전화통화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2.01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병형 정경부장

빅터 차 주한미대사 내정자가 ‘코피 전략’에 반대하다 낙마했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지난 1월 10일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였다.

당시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 정상은 남북대화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넘어 자연스럽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간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고도 했다.

당시 WSJ가 보도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이란 다름 아닌 ‘코피 전략’이다. 북한이 말썽쟁이 아이처럼 미국의 엄포를 단지 엄포로만 받아들이니 핵시설 위주의 정밀타격으로 한 번 본때를 보여주면, 얻어맞아 코피가 난 아이처럼 북한이 미국의 무서움을 깨닫고 북핵 포기를 위한 협상장에 나올 것이라는 군사전략이다. 청와대는 미국이 이를 검토 중임을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했다고 했지만 당시 백악관은 이 같은 청와대의 전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실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었다. 빅터 차는 ‘코피 전략’이 실재한다고 했다. 그리고 언론기고를 통해 자신이 이에 반대하다 낙마한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공식적으로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코피 전략’이라고 한다. 미국의 시사주간 디애틀랜틱의 우리 프리드먼이 지난해 봄 빅터 차와의 대화에서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군사 옵션(코피 전략)은 빌 클린턴 정부 이래로 모든 대통령이 고려한 바 있지만 결국 버린 옵션이다. 북한의 핵시설이 영토 전역에 흩어져 있고 상당수가 지하나 해저 또는 이동식이어서 폭격을 해봤자 북한의 핵개발 진행을 최대 몇 년간 늦추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이 서울,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에 보복, 그 결과 수백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빅터 차는 이같이 말하며 결국 대북 압박 외에 달리 선택할 옵션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빅터 차는 낙마 후 언론 기고문에서 ‘코피 전략’에 대해 단지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트럼프 정부 인사들에게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그들은 설사 북한이 보복에 나서더라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며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고 한다.

빅터 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트럼프의 연두교서조차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트럼프는 “과거의 경험은 안주와 양보로는 단지 침략과 도발을 가져올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나는 우리를 이 같은 위험한 상황에 빠뜨린 과거 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군사 옵션을 포기한 전임자들을 따라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실로 평창 이후가 걱정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