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급전지시’ 적극 공개해야
상태바
[기자수첩] 정부, ‘급전지시’ 적극 공개해야
  • 변효선 기자
  • 승인 2017.08.07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부 변효선 기자.

[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전기가 남아돈다고 연일 홍보하던 정부가 지난 달 일부 기업에 전력 사용 감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전력거래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 달 12일 3시간, 21일 4시간의 ‘급전 지시’를 내렸다.

2014년 도입된 급전 지시는 전력거래소가 사전에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 전력 사용 감축을 지시하고, 이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올해 6월 기준 3195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관련 법에 따라 기업들에 적정한 보상금을 주고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일 “전력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던 정부이기에 이런 상반된 태도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또 도입 이후 3년 간 단 세 차례 내려졌던 급전지시가 지난달에만 두 차례 시행됐다는 점 또한 이례적이다.

실제로 지난 달 두 차례의 급전지시를 제외하면, 급전 지시가 내려진 적은 제도 도입 이후 2014년 12월 18일, 2016년 1월 28일, 2016년 8월 22일 등 단 3번뿐이다. 특히 여름에 급전 지시가 내려진 사례는 지난 해 8월 한번 뿐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7월 12일 급전 지시는 일부 발전기 고장에 따른 것이었고, 7월 21일은 무더위로 작년 최대수요인 8만5180MW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달 21일에는 최대전력이 8만4586MW를 기록하면서, 공급예비율이 12.3%까지 떨어졌다.

급전지시가 없었다면, 예비율이 10.1%까지 떨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여기에 전력 사용이 증가 됐다면 예비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전력 수급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막으려고 급전 지시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전력량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을 경우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했기에 정부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라며 “급전 지시를 이행하는 기업들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는 있지만, 기업들은 인센티브 지원금보다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 손해가 더욱 막심하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예비율을 높이려 한 것은 아니며, 자율적으로 시장에 참여한 기업체에게 적정한 보상을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전기사용을 줄이도록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찬반이 탈원전의 첨예하게 갈리는 현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 특히나 최근 정부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운명을 시민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일반 시민들이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할 정부가 이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러한 논란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일을 발판 삼아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사실 확인과 정보 제공에 앞장서길 바란다. 지금과 같은 태도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신뢰성만 훼손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