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부는 가격통제 유혹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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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부는 가격통제 유혹에서 벗어나야
  • 송영택 기자
  • 승인 2017.07.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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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택 산업부장

[매일일보]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산 중턱이나 정상에서 만나게 되는 하드(막대 아이스크림)와 막걸리 한 잔의 가격. 마트에서 500원이면 사서 먹을 수 있는 하드는 1500원에 판매되고, 편의점에서 한 병에 1300원하는 막걸리는 한 잔에 2000원에 판매된다.

이 가격에도 기꺼이 지불의사가 있는 등산객들은 지갑을 연다. 시중가격보다 비싼 걸 알면서도 구매를 하는 것이다. 하드와 막걸리 판매자에게 폭리를 취한다고 욕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반대로 ‘창고 대방출’이란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기존 판매 가격에서 80~9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각종 판매행사를 접하기도 한다. 그러나 싸게 팔아도 장사가 신통치 않은 모습을 목격하기도 한다. 두 사례에 대해 정부가 적정가격에 판매하지 않는다고 단속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정부가 적정가격을 책정하려고 하거나 가격통제로 정책을 실현하려는 시도가 부쩍 많아져 우려를 낳고 있다. 역대 정부도 가격통제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시도가 있었다. ‘분양가 상한제’라는 이름으로 우회했지만 결국 주택 공급부족이란 시장 실패를 남긴 채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 때는 휘발유 값 적정마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원유 정제에 들어가는 비용을 분석해 보겠다고 장관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1600원짜리 라면을 선보였던 회사는 정부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생산을 중단했고, ‘통큰치킨’이란 브랜드로 5000원에 판매하던 한 대형마트도 치킨집들의 반발과 정부의 압박에 의해 판매를 중단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치킨 값을 최대 2000원 올려 판매하려던 치킨프랜차이즈는 판매를 철회한 것도 모자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특히 각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저마다 가격통제에 나서고 있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공통 필수품에 대해 원가를 따져서 불공정거래와 가맹본부의 과도한 이윤을 막겠다고 나섰다. 교육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학부모들의 대입 전형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말 한마디에 대학 입시 전형료에 대해 공인회계사까지 동원해서 적정가격을 책정해 대학에 밀어붙이려는 절차를 밟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비 인하에 사활을 걸고 있고, 국토교통부는 철 지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생산원가 공개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적정가격을 책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에서 비롯된다. 생산원가는 기업들의 생산관리 시스템과 기술력, 금융비용과 인사관리, 생산성 등에 따라 기업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기업경쟁력의 본질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생산단가를 낮춰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적정가격이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정부는 가난한 집 아이에게도 우유를 먹게 해야겠다고 선의로 ‘반값우유’ 가격통제에 나섰다가 우유 생산물량이 급격하게 줄어 부자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도 먹지 못하도록 만들어 결국 민중들에 의해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프랑스 혁명가 로베스피에르의 사례를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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