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본분 망각한 한국씨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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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본분 망각한 한국씨티은행
  • 공인호 기자
  • 승인 2017.05.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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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대대적인 영업점 통폐합을 앞둔 한국씨티은행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한국씨티는 올해 안에 전국 133개 점포 가운데 80%인 101개를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대면영업을 접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노조는 반발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가뜩이나 영업점 수가 적어 고객 불편이 커지고 있는데다 직원들 역시 영업활동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여타 시중은행 점포의 10분의 1 수준이라도 유지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갈수록 확산되는 비대면 영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시중은행 기능을 할 수 있는 영업점 마지노선을 100개로 보고 파업 의지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같은 노사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외국계은행의 한국 철수설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될 조짐이다. 

사실 한국씨티은행을 비롯해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거의 매년 한국 철수설에 시달려왔다. 사측의 적극적인 반박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악화일로의 수익성은 물론 역내 자산감소, 수천억원대의 대주주 배당 등이 철수설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실제 지난 10년간 꾸준히 자산을 늘려온 국내은행들과 달리 외국계은행의 자산은 오히려 쪼그라드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말 63조원(연결기준)의 자산을 보유했던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말 기준 45조원으로 뒷걸음질 쳤으며, 같은기간 SC제일은행도 75조원에서 58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자산이 축소되면서 이 기간 SC제일은행의 직원수도 4600명에서 3200명으로, 한국씨티은행은 4100명에서 2800명까지 줄었다. 

반면 같은기간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266조원에서 307조원으로, 신한은행은 219조원에서 302조원으로, 우리은행은 232조원에서 310조원으로 각각 크게 늘었다. 하나은행 역시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310조원대까지 자산 규모를 확대했다. 물론 총자산이 곧바로 수익성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대출수익의 토대가 고객 예적금이라는 점에서 은행업에서의 '규모의 경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외국계은행의 대주주 배당 역시 국부유출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본국 모기업에 1146억원을 배당했고, SC제일은행도 8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집행했다. 배당성향은 각각 49.8%, 35.6%로 순이익의 절반 가까이 대주주가 있는 본국으로 송금한 셈이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지난 2005년 舊제일은행 인수 이후 2009년까지 대주주 배당을 자제하며 한국내 재투자를 강조해 왔지만, 이후에는 이같은 기류마저 사라졌다. 외국계은행의 모(母)기업들이 투자금 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 외국계은행은 한국 철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중은행이라는 명칭은 '전국적 점포망을 갖춘 상업은행'을 의미한다. 외국계은행이 지난 10년 넘게 시중은행 대접을 받아온 것도 네트워크 측면에서의 고객 편의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는 행태가 지속되는 한 외국계은행의 한국 철수설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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