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금호타이어는 3800명의 호남근로자 일터로 이들의 삶과 호남경제를 지켜야한다”, “제2의 쌍용차 사태처럼 능력없는 기업에 매각돼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잃는 것이 우려된다”
이는 최근 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유력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내놓은 우려다.
산업은행이 ‘인수 기회를 달라’는 금호아시아나의 줄기찬 요구를 외면하고,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수많은 정치인들과 지역사회, 금호타이어 노조 등이 중국 기업으로의 매각에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요청을 거절한 것은 물론, 더블스타에 대한 컨소시엄 구성 허용 및 확약서 제공 등 매매조건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삼구 회장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더블스타에 컨소시엄을 허용한 것처럼, 형평성에 맞게 동등한 인수전 참여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오히려 중국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분위기다.
800여건의 특허 기술을 보유한 국내 2위의 알짜배기 타이어 기업을, 수천여 근로자들의 생존권 위협과 국부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앞장서서 중국에 내주겠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통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아닌 살리기”라며 “정부가 사드 배치에 이어 금호타이어건으로 중국 정부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산업은행의 태도가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있는 대우조선해양에 ‘추가지원은 없다’던 기존의 입장을 뒤집어 엎고, 최근 또 다시 2조9000여억원의 혈세를 추가 투입키로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국민연금과 밤샘협상까지 진행하며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바 있다.
그랬던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를 중국자본에 매각하지 말고 국내 기업에 인수기회를 주라는 요구에는 왜 요지부동인 것인가. 대체 국책은행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최근 부실경영으로 반도체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일본 도시바의 경우, 수많은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수십조원의 금액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음에도 핵심기술과 인재유출을 우려하는 자국내 목소리를 의식, 해외기업으로의 매각에 최대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우리나라 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