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없는데 가격만 급등…정유사 실적 방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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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없는데 가격만 급등…정유사 실적 방어 '비상’
  • 김덕호 기자
  • 승인 2019.04.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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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차익·정제마진 개선은 일시적 이슈
OPEC 감산·유류세 인하 축소 등 악재 줄줄이
국제 유가가 상승세에 있지만 시장;악재가 많아 장기적 ;호재로 이어지지 않을 것 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매일일보 김덕호 기자] 올해 초 50달러에 머물던 국제 유가가 70달러대까지 오르면서 정유사들의 재고차익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석유수요 둔화, 공급자주도 유가상승, 유류세 변동 등 시장 악재가 있어 장기적 호재로 볼 수는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은 배럴당 70.1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까지 50달러대를 기록했던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정유사의 재고 관련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격변동이 산유국의 감산에서 비롯된 점, 정제마진(석유제품을 만들어 얻는 이익) 회복 속도가 더딘 것 등은 악재로 꼽힌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은 간신히 이득을 보거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업계에서는 이번 유가상승이 수요 증가가 아닌 OPEC 등 산유국의 감산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해 OPEC 10개국과 비 OPEC 11개국은 올해 1~6월 원유 생산량을 작년 10월 대비 각각 80만 배럴, 40만 배럴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이에 산유국들은 지난 1월 86%의 감산 이행률을 보였고, 지난 2월 감산 이행률은 101%의 감산 이행률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135%의 감산 이행률을 기록하며 감산 목표를 초과 이행하고 있다. 여기에 리비아, 이란 등 중동지역 정세 불안의 영향으로 공급이 크게 줄었다. 

유가가 오른 반면 석유제품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가격하락은 특히 휘발유에서 컸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격 하락에 따라 미국 정유사들이 지난해 4분기 공장 가동률을 98% 수준까지 높인 것이 발단이 됐다. 국산 휘발유의 가격이 중동산 두바이유 매입가보다 저렴한 경우가 생겼고, 국내 업체의 역마진 판매도 이뤄졌다.

휘발유가격은 지난 1월 두바이유 매입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고, 3월 이후 수익을 볼 정도로 회복됐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정제마진이 오름세에 있지만 아직 이익을 볼 수준은 아니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5.5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인 7.9달러 대비 30.3% 낮은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을 4~5달러 수준으로 본다.

수요 둔화, 산유국 감산에 이어 정부의 유류세 인하률 변경정책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2일 유류세 인하정책을 오는 8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인하 폭을 현행 15%에서 7%로 절반가량 축소했다. 다음달 7일부터 휘발유(ℓ당 65원)·경유(ℓ당 46원)·LPG 부탄(ℓ당 16원) 모두 가격 인상이 이뤄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인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 영향을 주는데 그칠 것”이라며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산유국이 공급을 줄일 경우, 수요부진에 가격 상승이 겹쳐 전체 수요가 오히려 더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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