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업계, 핀테크 기본 철학 ‘안정성’ 무게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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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업계, 핀테크 기본 철학 ‘안정성’ 무게 둬야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03.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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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가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으로 모든 금융거래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날이 갈수록 금융소비의 유형과 패턴은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증권업계도 핀테크 도입에 따라 주식거래 등 편의성을 개선했지만, 전산장애는 좀처럼 해소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들어 두 달이 좀 넘었지만, 전산사고 오류를 일으킨 증권사는 세 곳이나 된다.

이는 투자자 사이에서 보편화된 모바일트레이딩(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금융권을 전체를 통틀어 증권사의 전산 안정성은 중요하다. 많게는 수백억원 또는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실시간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존재해선 안된다.

하지만 우리 증권업계는 전산사고에 대한 인식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증권사 전산 장애 유형을 살펴보면 거래시간 지연이나 접속장애, 주문입력 오류 등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사고는 1시간 내외로 복구가 가능해 단순 해프닝처럼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사고가 날 때마다 땜질하는 식이다 보니, 거래 타이밍을 놓친 투자자의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주식가격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데, 매수나 매도 타이밍을 놓칠 경우 손실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선물업계에서 발생한 민원·분쟁은 1426건 중 증권사 전산장애로 인한 민원·분쟁은 240건으로, 전체 민원의 17% 가량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대규모 자금집행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전산에 대한 교체나 업그레이드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체 증권사 57곳의 전산운용비는 5419억원으로, 전체 판관비(8조2967억원)의 6.5%에 불과하다.

개인 점유율이 높은 주요 10대 증권사 중 키움증권(20.3%), 삼성증권(11.1%) 2곳을 제외하면 전산운용비 비중은 모두 한자리 수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전산운용비 비중은 2.0%로 가장 낮았고, KB증권(2.7%), 하나금융투자(3.1%), NH투자증권(3.8%), 미래에셋대우(5.3%), 한국투자증권(5.6%) 등 순으로 저조했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가 20년이 넘은 전산시스템을 보완해가며 쓰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투자업계 전체 IT인력 중 50% 이상이 시스템 개발에 편중됐고, 최근에 문제가 된 정보보호나 시스템 운영 인력의 비중은 이보다 현저하게 낮다

미국 골드만삭스가 수년전 ‘IT회사’로 변모하겠다며 전체 인력의 30% 정도를 IT전문가로 채운 것과 비교해도 국내 증권사의 전산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떨어진다.

핀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증권사들이 가장 많이 강조하는 내용이 ‘편의성’이다. 이에 따라 편의성은 개선됐지만. 여기에는 언제나 ‘보안’과 ‘장애’의 허점을 동반한다.

안정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편의성은 허울에 불과하다. 핀테크의 기본은 편의성이 아니라, 보안과 안정성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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