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일감 부족에 파업까지 겹쳐 대규모 적자 우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이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도 파업에 돌입했다. 각각 2012년과 2014년부터 매년 파업을 벌이는 두 노조 탓에 회사의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6년간 진행된 파업으로 생산차질 대수 43만1000대 등 약 9조1900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노사는 1987년 노조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30년간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고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한 횟수는 고작 네 차례 뿐이었다.
노조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파업 없이 사측과 임단협 타결을 하기도 했지만, 2012년부터 강성 집행부가 등장하면서 현재까지 매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012년 13일간 파업을 벌이면서 8만2000대, 1조7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끼쳤다. 노조는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10일과 6일씩 파업을 벌였고, 2015년에도 3일에 걸쳐 파업을 진행했다.
특히 2016년에는 장장 24일간 파업을 벌여, 회사는 14만2000대, 3조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에도 노조는 24일간의 파업을 벌였고, 회사는 8만9000대, 1조8900억원의 생산차질을 겪었다.
노조가 올해도 파업에 돌입하면서 회사는 생산차질은 물론, 하반기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최대 25%에 달하는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좋지 않기는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다. 2015~2016년 수주 절벽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파업까지 겹쳐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3941억원, 올해 1분기에도 123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무해, 다음달부터는 해양야드 가동도 중단될 예정이다. 이후 해양사업부 소속 정규직 2600여명이 고스란히 유휴인력으로 분류돼 유급휴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당장 올해 2분기에도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현대중공업이 2분기 8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주잔고 부족이 직접적인 매출 감소로 연결되고 있는 가운데 고정비 부담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손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을 지난해보다 14만6746원(7.9%) 올리고, 250% 이상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임금 동결과 경영 정상화까지 기본급 20% 반납안을 제시하자, 오는 13일 7시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에는 울산 본사에서 투쟁 출정식을 갖고 서울로 이동해 서울 계동 현대빌딩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노조의 파업 결정에 조선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감부족에 시달리는 회사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파업을 강행해, 향후 회사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사업부 가동 중단에 이어 올해 2분기 회사의 영업손실이 유력시 되는 상황에서도 급여 인상을 주장하며 파업을 진행하는 노조의 모습을 이기적인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영위기에 파업까지 겹친 현대중공업이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